[장세영의 서울 숨은그림찾기] '반짝반짝' 개성들이 넘치는… 용산 '보석길'

입력 2014-09-1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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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명세를 타고 있는 보석길 거리를 젊은 여성들이 걷고 있다.

‘이제 명동은 너무 싫지 않니? 홍대도 그렇고 가로수길도 그렇고 대형 매장만 잔뜩 있고 사람도 너무 많고 복잡해’ 지난 6일 용산구 회나무길 또는 보석길 초입에 필자가 들어서자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 친구들이 스마트폰으로 연신 거리를 담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정식 도로명은 회나무길 이지만 이곳 상인회에서 보석길로 명칭을 바꾸었다.

정식 도로명은 회나무길. 그러나 보석길로 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 거리에 대한 딱 맞는 느낌이다. 사실 경리단길이 소위 말로 뜬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경리단길에 개성 있는 맛집들이 하나 둘씩 생겨나며 이태원 뒷골목이 가지고 있던 올드하고 후미진 이미지가 확 바뀌었다. 사실 그 전 이태원은 약간 무서웠다. 아마 짝퉁을 팔려고 하는 삐끼 아저씨들의 호객행위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이국적 분위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복잡한 시장통 경리단길

▲최근 인기를 골목으로 떠올라 곳곳에 가계 오픈을 위해 공사중이다.

그러나 경리단길에 들어선 젊고 신선한 맛집들은 그러한 이미지를 한 방에 날려버렸다. 그리고 이 거리를 서울에서 가장 활력 넘치는 싱싱한 거리로 탈바꿈시켰다. 주말이면 찾아드는 많은 사람들로 경리단길은 더 많은 변화를 시작했다. 이색적인 상점은 점점 골목으로 뻗어나가 새로운 거리를 만들어 갔다. 그 거리가 지금 소개할 보석길이다. 그리고 이 길은 장진우 거리라고도 불린다.

▲장진우가 오픈한 ‘그랑블루’

▲장진우의 첫 번째 가게 ‘장진우 식당’

▲장진우가 여행중 영감을 얻어 만든 ‘문오리집’

보석길은 장진우 식당으로부터 시작 되었다고 한다. 포토그래퍼로 활동하다 이 곳에 원테이블 레스토랑을 낸 뒤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자 한 두 곳씩 더 운영하게 되어 지금은 무려 7개에 이른다. 이 가게들은 장진우 식당과 장진우 다방 등의 단골손님들과 동업의 형태로 운영되기도 한다고 한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입소문만으로 대박을 낸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임대료가 오르고 본래 주민들의 생활에 꼭 필요한 공간들이 외지인들이 많이 찾는 카페나 술집등으로 바뀌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도 있다. 그러나 주민들과의 소통과 협업을 통해 대형 프렌차이즈나 권리금 장사에 맞서고 싶다는 젊은 사장의 패기는 분명 의미가 있는 일일 것이며,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궁금한 이유가 될 것 이다.

▲일인미용실 ‘드렁큰 살롱’

▲음악애호가들을 설레게 하는 LP가게 ‘레코드 이슈’

▲향초와 디퓨져의 향이 상큼한 ‘배러댄알콜’

이 보석길엔 장진우의 가게들 말고도 주인장들 각자의 취향으로 무장한 가게들이 많이 있다. 가격은 좀 비싸지만 제대로 된 프랑스식 디저트 에클레어를 맛 볼 수 있는 에클레어 바이 하루와 머리를 자르면서 맥주도 마실 수 있는 일인미용실 드렁큰 살롱도 있다. 또한 음악애호가들을 설레게 하는 LP가게 레코드 이슈는 70~80년대 팝 앨범들이 많았는데 소위 민트급(상태 좋은)의 LP들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다. 커피와 맥주도 함께 팔고 있는데 연남동에서 직접 공수해 온다는 원두로 내린 드립커피가 왠만한 커피전문점보다 맛이 좋았다. 배러댄알콜에서는 직접 만든 향초와 디퓨져의 향이 상큼했다. 이 외에도 보석길은 재미있는 볼거리와 맛있는 먹거리가 가득하다.

▲다른 편의점과는 달리 이곳 편의점은 수입맥주와 와인을 가게 앞에 전시판매를 하고 있다.

▲한 커플이 휴일을 맞아 보석길을 산책하고 있다.

보석길은 한 친구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길이다. 하지만 그 아이디어만으로 성공을 만들었다고 보긴 힘들다.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어떻게 이를 실행하는 가가 더욱 중요할 것이다. 보석길에서 아이디어와 젊은 실행력이 어떻게 불경기를 극복하게 하는지에 대한 생생한 현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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