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사장은 삼성을 떠난 5년가량을 제외하고는 20여년 동안 삼성전기에서 성장과 혁신을 거듭해 왔다. 지금의 삼성전기를 있게 한 MLCC(적층세라믹콘덴서)는 최 사장이 MLCC 사업에 뛰어든 지난 1986년부터 1991년까지 적자를 면치 못하던 천덕꾸러기였다. 당시 최 사장은 삼성종합기술원에서 MLCC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안정적 자리를 뒤로하고, 1991년에 삼성전기 공장행을 선택, MLCC 사업을 성장궤도에 올려놨다.
이후 1995년 회사를 그만둔 뒤 7년만에 MLCC 사업팀장(상무)으로 복귀한 2002년, 최 사장은 성장동력을 상실한 MLCC 사업을 다시 한 번 일으켰다. 당장의 수익에 연연하지 않고, 앞으로 상품이 될 기술 개발에 몰두한 것. 3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2005년 삼성전기는 세계 최초로 동일 크기 대비 용량을 두 배로 확대한 MLCC 개발했다.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휴대폰이나 태블릿 PC 등 모바일 분야에서 위기 돌파구를 찾은 최 사장의 선택이 적중한 것이다.
현재 삼성전기는 또 다시 위기에 봉착했다. 스마트폰 성장세가 둔화되자 삼성전자 의존도가 큰 삼성전기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기는 359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0% 급감했다. 올해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영업익는 100억원대에 그치고 있다. 올 2분기 실적 컨센서스도 시장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최 사장은 4~5년 전부터 전자가격표시기(ESL)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정하고, 연구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번에도 해당 분야를 파고들어 기술적 우위를 점하는 정공법을 택한 것이다. 그는 올해 ESL 시장에서 2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고, 향후 3~4년 내에 조 단위로 시장을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에 발을 들이면서부터 20여년간 한우물에 집중한 최 사장의 위기 돌파 능력이 다시 한 번 성공의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