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21세기 들어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 계약이 성사됐다. 미국 최대 통신업체 버라이즌커뮤니케이션이 영국 이동통신사 보다폰과 2000년 공동 설립한 ‘버라이즌 와이어리스’의 지분 45%를 모두 인수키로 한 것이다. 인수 규모는 무려 1300억 달러(약 144조원)에 달해 ‘세기의 M&A’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최근에는 구글이 미국 지역 밖에 있는 기업과의 M&A에 최대 300억 달러(약 31조원)를 쓸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구글의 해외 보유 현금은 지난 3월 기준 345억 달러(약 35조원)로 이 중 대부분을 M&A에 쏟아붓겠다는 의미다.
전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사업 확장이나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해 M&A에 열중하면서 이 시장을 뜨겁게 달군 것이 몇 년 전부터의 일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정보기술(IT) 분야 기업들의 합종연횡 바람이 그 어느 때보다 활기를 띠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거대 IT기업들은 한국의 중소 IT업체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어 국내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게다가 최근 성장세가 비약적인 중국 IT업체들까지 글로번 진출을 노리면서 세계 각국의 M&A시장을 노크하고 있어 IT업계의 합종연횡 바람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실제 금융정보 제공업체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올해 1~6월 글로벌 M&A 거래금액은 1조7500억달러(약 1774조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75% 증가한 액수로, 세계 11위 경제대국인 인도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1조7582억달러와 맞먹는 규모다.
하지만 국내 IT 기업들은 이 같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아직 눈치만 보고 있는 형국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M&A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맥을 못추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물론 2012년 SK텔레콤이 하이닉스를 인수하며 그룹 전체 수출이 내수를 앞지르는 등 성과를 내며 대표적인 M&A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지만, 이미 수년 전의 일이다. 최근 M&A 사례라고는 얼마 전 진행된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 SK텔레콤의 아이리버 인수 등만이 꼽힐 정도로 위축된 상황이다.
국내 M&A 건수는 2010년 811건에서 2011년 629건, 지난해 400건으로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정부는 M&A시장 침체가 기업 구조조정을 지연시키고 기업의 성장을 방해한다고 우려하지만, 오히려 국내 기업들은 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는 환경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지속적인 경기 불황을 겪으며 투자에 대한 자신감만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는 게 이들 심정이다. 설상가상으로 글로벌 IT 기업들의 M&A 열풍에 가속도가 붙고 있어 국내 IT 기업들은 “이 시류를 따라가기는커녕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글로벌 IT업체들의 M&A 배경·성과와 함께 국내 기업들의 현주소·한계점 등을 비교·분석하고 앞으로 우리 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