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사고 당시 운항에 지장을 줄 만큼 기상 상황이 나쁘지 않았지만, 여객선 침몰 인근 해역이 수심이 낮은 '암반지대'였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선체 결함이나 인재(人災)에 의한 사고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우선 암초 때문에 선체 밑에 길게 찢어진 형태의 파공(충격으로 인한 구멍)이 생겨 가라앉았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승객들이 침몰 전 ‘쾅’ 하는 소리를 들었다거나 바닥이 ‘찌지직’ 긁히는 소리가 났다고 증언한 점도 이런 추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단 대형 여객선은 정기 검사를 받기 때문에 노후로 배 바닥에 구멍이 뚫렸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세월호는 지난 2월 선박 검사기관인 한국선급으로부터 안전점검을 받았지만 별다른 결함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세월호가 화학물질 등을 싣지 않은 여객선인 까닭에 폭발로 선체가 손상됐을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이날 한때 세월호가 권고 항로를 4㎞가량 벗어나 항해하다가 암초를 만나 좌초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세월호는 애초 인천항에서 15일 오후 6시 30분 출발하려 했으나 안개 등으로 출발이 2시간가량 늦어졌다. 이 때문에 도착시간을 맞추려고 빠른 길로 가려 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해양수산부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 분석 자료를 근거로 사고 선박이 통상 다니는 항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사고 당시 날씨도 양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수부 관계자는 “파도가 센 것도 아니고 날씨가 양호한 상황에서 사고가 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세월호는 건조된 지 20년이 된 낡은 선박이라는 점에서 노후화로 인한 사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사고 선박이 승객뿐 아니라 자동차를 싣는 ‘카페리호’여서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자동차가 실려 있는 공간은 선실과는 달리 격벽이 약하다는 이유에서다. 배 어느 곳에서 충돌이나 폭발로 최초 침수가 시작되자 실려 있는 자동차들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무게중심이 흐트러져 침몰 속도가 빨라졌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