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구기종목에 사용되는 공 역시 빠르게 발전해 왔다. 축구의 본고장 유럽에서는 초창기 소나 돼지의 방광에 바람을 넣어 공을 찼고 농구공 역시 그 형태는 비슷했다.
하지만 현대 스포츠에서 이 같은 공들은 박물관에 놓여 있는 전시품일 뿐 현재로선 결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과거 축구공이나 농구공 등이 그저 공을 발로 차거나 바닥에 튕길 수 있는 도구에 그쳤다면 현재는 과학의 집약체다.
독일 라이프니츠 공기 역학 연구소의 부설 연구소 중에는 축구공에 대한 연구 또한 진행하는 기관도 존재한다. 토마스 니더마이어 박사는 “축구공에 주입되는 공기의 양에 따라 공의 성향이 달라지고 이는 경기력과도 직결된다”며 “세계적인 축구공 제조사들이 신제품을 출시할 때면 함께 연구에 참여하고 조언한다”고 밝혔다. 니더마이어는 “공의 주요 재질인 가죽이나 가죽을 접합하는 방법 등은 제조사가 결정할 몫이지만 주입되는 공기의 양은 우리 연구소와 여타 연구소들의 많은 자료들을 바탕으로 결정한다”고 전했다. 물론 공기 주입량은 출시될 당시의 상태일 뿐 경기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변화가 생겨 더해지거나 감해지기도 한다. 이에 그는 자신들의 임무를 “최적화된 상태로 출시하기 위한 과정일 뿐”이라고 한정지으며 “해당 공이 이 같은 최적의 상태를 유지해 출시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연구의 목적이다”라고 설명했다.
공을 제조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스포츠용품 제조업체 아디다스는 4년에 한 번 열리는 월드컵의 공인구를 제작한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사용한 ‘피버노바’, 2006년 독일월드컵의 ‘+팀가이스트’, 2010년 남아공월드컵 당시의 ‘자블라니’ 등은 모두 아디다스의 작품이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사용할 브라주카 역시 마찬가지다.
독일 아디다스 본사 미디어 담당관인 롤프 바이너는 “4년에 한 번 열리는 월드컵 때마다 개최국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디자인에 역점을 둔다”고 밝혔다. 하지만 디자인이 전부가 아니다. “아디다스는 1970년 멕시코월드컵에서 사용한 ‘텔스타’를 시작으로 매 월드컵마다 진화했다”고 강조하며 “2000년대 초중반까지는 반발력과 탄력을 높이는데 주력했지만 최근에는 안정감을 높이는데 주력한다”고 덧붙였다. “브라주카는 단 6개의 가죽 조각(패널)으로 구성해 실밥으로 인한 불규칙 바운드를 최소화했다”는 설명도 결들였다. 브라주카는 역대 월드컵 공인구들 중 가장 적은 수의 패널로 구성된 공이다.
축구공만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1920년을 기점으로 이전의 데드볼 시대와 이후의 라이브볼 시대로 구분한다. 반발력이 낮은 공에서 높은 공으로 변화한 것. 이른바 데드볼 시대에 단 10개의 홈런이면 홈런왕에 오를 수 있었던 반면 라이브볼 시대에 접어들어서는 30~40개 이상의 홈런이 생산되고 있다.
공의 반발력이 낮아 투수전 위주로 경기가 흘러가면서 경기에 대한 흥미가 반감됐고 때마침 반발력을 높인 공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이 접목되면서 자연스럽게 라이브볼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라이브볼 시대에 혁신적인 공의 발전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말하기도 한다. 다만 공을 자주 교체하지 않아 닳기 직전의 돌과도 같은 상태의 공을 쓴 것이 홈런이 많이 나오지 않았던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현재도 메이저리그 공인구는 실밥 작업 만큼은 수작업을 거칠 정도로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대량생산이 가능해 짐에 따라 경기 중 잦은 공 교체가 가능해졌고 이에 따라 홈런도 늘어났다는 것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