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이끄는 권오현, 윤부근, 신종균 대표이사가 ‘남겨진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실적 개선을 이룬 권 부회장의 과제는 ‘시스템 반도체 살리기’다. 부침이 심한 메모리 시황을 고려하면 시스템 부문에서 실적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 하지만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함께 성장해 온 자체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엑시노스’의 시장 점유율은 점점 하락하고 있다. 최신 옥타코어 칩이 LTE-A를 지원하지 않는 게 주된 이유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삼성전자의 AP 시장 점유율은 6.8%로 전체 5위를 기록했다. 2008년 1분기 3.7% 이후 5년 만에 최저치다. 여기에 애플이 AP 위탁생산을 삼성전자 이외에 대만 TSMC 등 다른 업체로 옮기고 있는 것도 위협요소다.
윤 사장의 고민은 더 크다. 세계 TV 시장 8년 연속 1위가 확실시되고 있지만 이익률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상반기 TV를 주력으로 하는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 부문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포인트 하락했다. TV 업황이 둔화하고, 판매 가격이 떨어진 탓이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지난 7월 전 세계 평판TV 판매량은 1488만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3% 감소했다. 작년 약 4% 줄어든 세계 TV 시장 규모가 올해도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TV 시장의 어려움이 알려진 것보다 더 심각하다”며 “향후 삼성전자 실적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 사장은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있는 내년에 승부수를 던진다는 각오지만, 전문가들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 사장의 고민은 윤 사장과 비슷하다. 스마트폰 사업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지만, 혁신은 사라졌고 시장은 포화상태다. 결국 신 사장은 중저가 라인업을 대폭 늘리는 등 대대적인 전략 수정에 나선 상황이다. 내년 이후 모바일 부문의 성장이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만큼, 플렉시블(휘어진)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인 ‘갤럭시 기어’가 앞으로 삼성전자의 모바일 부문 실적 향상에 얼마나 기여할 지에 물음표가 붙는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올해를 정점으로 내년부터 실적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의료기기 등 신수종 사업과 함께 기존 사업 부문에서의 재도약을 이뤄야만 삼성의 위상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