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횡령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체포됐다. 이에 따라 오는 9일 선고공판을 앞둔 최 회장의 항소심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일 검찰과 법무부, 법원 등에 따르면 김 전 고문은 지난달 31일 이민법 위반 혐의로 대만 당국에 체포됐다. 현재 김 전 고문의 신병 인도 절차 등과 관련해서는 양국 관계 당국이 긴밀히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고문은 2005년부터 선물옵션 투자금 명목으로 최 회장에게 6000억원을 송금받은 인물로, 펀드 출자와 선지급금 인출 등 횡령을 주도한 당사자로 지목된 바 있다.
최 회장은 항소심에서 “김 전 고문이 횡령 범행을 계획했을 것”이라며 이번 횡령과 관련된 펀드가 김 전 고문의 종용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회장 측은 기망행위를 저지른 김 전 고문을 사기죄로 형사 고소하고 투자금 반환소송을 낼 것이라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번 소송의 핵심 인물이 체포됨에 따라 최 회장의 선고 공판이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 재판부가 “김원홍(전 고문)의 됨됨이가 어떤가는 이 사건을 심리하는 데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언급한 바 있을 정도로 김 전 고문이 재판의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SK 측은 “변호인단에서 선고공판 전 변론 재개를 재판부에 신청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재판부의 재량이므로,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 회장은 2008년 계열사 자금 450여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최 회장은 이에 항소했지만 검찰은 1심보다 무거운 징역 6년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