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의 ‘조세피난처 프로젝트’ 공동 취재 기자회견을 열고, 5명의 한국인 1차 명단을 발표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뉴스타파 측이 트위터 등을 통해 “해외 조세피난처에 재산을 빼돌리고 세금을 회피한 한국인들의 면면을 낱낱이 공개한다”고 밝힌 만큼, 수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그런데 정작 기자회견장에서 ‘낱낱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찾기가 어려웠다.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가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총수도 있다. 사회 지도층 인사를 중심으로 공개할 것”이라고 운을 뗄 때만 해도 큰 기대(?)를 모았지만, 곧 바로 “매주 1~2회에 걸쳐 순차적으로 발표하겠다”고 단서를 달았다. 당사자를 대상으로 확인 작업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에 법인을 설립한 이수영 OCI 회장 부부,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의 부인 이영학씨, 조욱래 DSDL 회장 부자 등 3건 만 언급했다.
이날 조세피난처 이용 한국인 명단 공개는 재계에 긴장감을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거센 경제민주화 논의로 가뜩이나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조세피난처’, ‘페이퍼 컴퍼니’란 단어 자체가 갖는 파급력은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뉴스타파 측은 이번 명단 공개를 국민의 알권리에 부합하는 행동이라고 정의했다. 대안언론인 뉴스타파가 누구보다도 언론사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러나 순차적인 후속 발표가 진행될 약 1개월 동안 일어날 각종 의혹과 논란은 어떻게 할 것인가. 좀 더 시간을 들이더라도 전체 명단을 한 번에 공개했다면 불 필요한 사회적 갈등은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국민의 알 권리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1개월 동안 뉴스타파가 뉴스의 중심에 서있는 것보다는 세간의 의혹을 남김없이 해소시켰어야 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