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이 돌아왔다. 영화 ‘박쥐’이후 4년만이다. 이번 그가 들고 나타난 작품은 첫 할리우드 프로젝트인 ‘스토커’다. ‘스토커’는 18세 생일 날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소녀 인디아(미아 바시코프스카)에게 존재도 몰랐던 삼촌 찰리(매튜 구드)가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 영화다.
개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스토커’의 박찬욱 감독을 22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만났다.
박 감독은 “역시 할리우드 보다 친정이 좋다”며 “힘들었다. 몸이 자꾸 고장 나더라. 요통, 치통, 복통 다 겪었다”고 할리우드에서의 영화 작업이 얼마나 힘들었는지가 느껴졌다.
아직도 대중들은 박찬욱 감독하면 가장 먼저 ‘올드보이’를 떠올린다. ‘스토커’ 여 주인공 미아 바시코프스카도 ‘올드보이’를 가장 좋아하는 영화로 꼽았다. 그 만큼 사람들 머릿속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는 이야기다. 박 감독은 “올드보이는 굉장히 남성적인 영화다. 하지만 ‘스토커’는 여자가 주인공이고 소녀이야기를 담는다”며 “‘올드보이’가 힘이 좋은 영화라면 이번 ‘스토커’는 아름답고 시적인 영화”라고 설명했다.
이번 영화 ‘스토커’도 박 감독의 전작들과 같이 상징과 비유가 영화 속에 녹아들어 있다. 특히 영화 속 삼촌 찰리와 소녀 인디아의 관계는 다양하게 해석된다. 박 감독은 “근친상간적인 연인감정일 수도 있고 성적인 것과 상관없이 생명체에 느끼는 매혹일 수도 있다”며 “연인이라기보다 멘토 같은 존재다. 멘토 캐릭터로서 삼촌을 묘사한 장면이 많이 들어가있다”고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영화 속 상징 중 인디아의 생일마다 배달되는 신발을 빼놓을 수 없다. 박 감독은 “원래 각본에 ‘인디아는 새들 슈즈(Saddle shoes : 안장 모양 장식이 있는 구두)만 즐겨 신는다’고 돼 있었다”며“‘연인사이에 신발을 선물하지 않는다’는 한국 속설을 미국사람들에게 설명하니 좋아하더라. 그래서 인디아에게 하이힐을 준 찰리가 총에 맞아 죽고 인디아는 그 하이힐을 신고 떠나는 장면이 탄생했다”고 영화 속 장면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박 감독은 “상징의 해석이 다양해질수록 감독의 재산이 늘어난다”며 “그것이야 말로 감독이 누리는 최고의 기쁨이다”고 ‘스토커’의 다양한 상징과 의미를 자유롭게 상상하며 즐겨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