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민간연구소가 펴낸 ‘개인신용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9년 6월 29.9%였던 가계의 재무여력비율은 지난 6월 기준 9.7%로 나타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3분의 1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내년에도 국내 경제가 개선되기 어렵고 가계수지 회복세도 제한적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가계 부실 위험이 커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 당선인이 얼마나 실효성 있게 가계부채 정책을 펴나갈 지 관심이 주목된다.
◇ 정부 18조 기금 조성해 최대 70%까지 채무 감면 = 국민행복기금 18조원을 조성해 가계빚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박 당선인의 구상은 단기적 대책이다. 급한 불부터 끄겠다는 것으로 실현 가능성은 높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박 당선인은 18조원으로 우선 연체대출 만기를 연장해 주기로 했다. 또 1인당 1000만원 한도로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10%대 저금리 장기상환 대출로 전환해 주고 일반 채무자는 50%, 기초수급자는 70%까지 채무를 감면해 준다는 방침이다.
금융회사와 민간 자산관리회사(AMC)가 보유하고 있는 연체채권은 기금이 매입해 장기분할 상환이 가능토록 하기로 했다.
다만 18조원의 기금 만으로는 가계부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따르는 만큼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전환하는 데 금융회사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는 점, 정부 재정으로 채무자의 빚을 탕감해 줌으로써 도덕적 해이가 우려되는 점 등은 돌파해야 할 부분이다.
◇ 18조원 기금, 캠코가 마련 =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은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가 조달키로 했다. 캠코 자금 1조8000억원을 바탕으로 정부가 보증을 서고 10배 규모의 채권을 발행해 만들 예정이다.
캠코는 지난 2008년 조성된 7000억원의 신용회복기금 중 6000억원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 또 얼마 전 15년 간의 운영기간을 마치고 해산된 부실채권정리기금의 원금을 모두 상환하고 남은 잉여금 3000억원도 있다. 여기에 캠코 자본금 9000억여원을 합친 1조8000억원을 갖고 기금채권을 10배 규모로 발행한다는 것이다.
캠코 측은 이미 국민행복기금 18조원을 마련하기 위한 실무 검토를 마무리하고 “충분히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적으로 잉여금의 경우 기획재정부로 돌려보내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데 큰 법적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 하우스푸어 대책, ‘주택연금 사전가입제’ ‘주택지분매각제’ 투 트랙 = 박 당선인은 가계부채 대책과 함께 하우스푸어 해결 방안으로 ‘주택연금 사전가입제’와 ‘주택지분매각제’를 연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집 문제를 해결하면 자연스레 가계빚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주택연금 사전가입제는 주택연금 가입 연령을 기존 만 60세에서 만 50세로 앞당겨 고령화 시대에 조기 퇴직으로 경제적 부담이 늘어난 ‘베이비붐’ 세대를 지원키로 했다. 하지만 연금 재정의 과부하를 고려해 가입 연령을 50세 중반으로 바꿔 수급조절을 해 나가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주택지분매각제도와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도 추진키로 했다. 주택지분매각제도는 집주인이 주택 지분의 일부를 공공기관에 팔아 받은 돈으로 대출금을 상환하는 것이다.. 은행권의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신탁 후 임대)과 비슷한 개념이다.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는 전세보증금을 집주인이 주택담보대출로 부담하는 대신 대출이자는 세입자가 내게 하는 방식이다. 집주인에게는 전세보증금 면세와 대출이자 소득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관건은 집주인이 이 정도의 인센티브만 갖고 세입자 대신 대출을 받겠느냐는 것이다.
박 당선인은 이런 지적에 “보다 강력한 인센티브를 만들겠다”고 말해 추가 인센티브에 어떤 내용이 담길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