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역시 그런 생각을 한 사람입니다. 80년 광주민중항쟁을 소재로 한 영화 ‘꽃잎’(1996년)을 보고 가슴이 너무 아팠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2007년 ‘화려한 휴가’ 그리고 이번 ‘26년’을 보면서 또 다시 답답하며 가슴 한쪽이 너무 아려옵니다. ‘꽃잎’을 볼 때도 , ‘화려한 휴가’를 관람할 때도, 그리고 ‘26년’을 보고 극장을 나설 때도 한 가지 궁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두환 전대통령이 이 영화들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라는 것을요.
영화 구성과 내러티브의 완결성이나 영상과 작품의 완성도, 그리고 광주민중항쟁의 상업화 논쟁은 논외로 하겠습니다.
32년이 흐른 2012년의 오늘, 여전히 광주의 상흔이 역사에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상황에서 80년 광주를 소재로 한 ‘26년’이 우리에게 그리고 영화의 중심에 선 전두환씨에게 어떤 텍스트로 다가가고 어떤 의미를 부여할까에 대한 관심이 큽니다.
80년 5월의 광주는 어떤 이에게는 엄청난 아픔과 슬픔이고 어떤 이에게는 죄책감의 진원지이고 어떤 이에게는 역사와 민주주의의 자부심으로 다가가는 등 많은 의미의 문양을 띱니다. 저 역시 내 눈앞에서 벌어진 80년 5월의 광주를 한순간도 잊지 못했습니다.
80년 광주로 인해 “나는 싸우지도 않았고 피흘리지도 않았다./죽음을 그토록 노래했음에도 죽지 않았다./나는 그것들을 멀리서 바라보고만 있었다./비겁하게도 나는 살아남아서/불을 밝힐 수가 없었다. 화살이 되지도 못했다”(유배시집5)라고 노래한 고 이성부 시인처럼 살아있는 것만으로 힘들었던 적도 있고 수많은 주검으로 지켜낸 부인할 수 없는 한국 민주주의의 초석이라는 자부심을 가진 적도 많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80년 광주와 뗄레야 뗄수 없는 사람이 전두환 전대통령입니다. 그런데도 80년 광주에 대해, 그날 민주주의를 외치다 죽어간 영령들과 광주시민들에 대해 그리고 광주시민을 진압했던 군인들에 대해 입장이 없더군요. 참 그렇더군요.
참고로 이번 영화 ‘26년’은 말입니다. 조직폭력 중간보스 진배, 국가대표 사격선수 미진, 서대문소속 경찰 정혁 등 5.18 민중항쟁 희생자 2세라는 공통점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학살의 주범 ‘그 사람’을 향해 겨누는 복수의 총구를 담았습니다. 여기서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겠지요.
전두환씨, 정말 80년 5월 광주에 대해, 역사에 대해 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요.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영화 ‘26년’을 한번 보시면서 생각해보는 게 어떨까요. 저라도 ‘26년’ 표를 사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