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도 ‘힐링여행’이 뜨고 있다. 우리말로 바꾸면 ‘치유여행’이다. 치유여행은 힐링 이전에 ‘테라피’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푸드테라피, 패션테라피, 아트테라피 등 각종 테라피가 봇물처럼 쏟아질 무렵 ‘여행테라피’도 탄생했고, 그 맥락을 ‘힐링여행’이 이어받았다. 테라피보다 힐링의 범위가 넓고 근본적인 치유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는 하지만, 결국 말은 달라도 같은 얘기다. 전쟁 같은 일상에 허물어진 몸과 마음을 여행을 통해 추스려 바로 일으켜 세우고 싶다는 간절함, 그것이 치유여행이 이름을 달리하며 지속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이유다.
여행의 목적을 힐링으로 정한 이의 마음가짐은 단순한 휴식을 위해 떠나는 여행길에 오를 때와 확연히 다르다. 목적 달성이 절실하다. 그래서 목적 달성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 헤매고, 전문가의 조언까지 필요로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도 진단을 잘못하면 그릇된 처방을 내릴 수밖에 없다.
정확한 환부 파악이 힐링여행 목적 달성의 열쇠다. 즉 ‘무엇이 나를 힐링여행길에 오르게 하는가’ 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힐링여행 기술의 핵심이라 하겠다. 가능한 본인이 알아내자. 어느 부위에서 상처가 곪고 있는지는 환자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지 않은가. 힐링여행은 내 안의 상처를 들여다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어디가 얼마나 왜 아픈지 깨닫게 되면 이를 말끔히 회복할 방법까지 절로 알게 된다. 에너지가 방전된 것 외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일본 오키나와나 필리핀 보라카이, 하와이처럼 풍경이 아름다운 열대휴양지에서 절대 휴식을 취하는 방법을 통해 적절한 효과를 얻을 수 있겠다. 태국 방콕이나 중국 상하이는 매일같이 수준급의 마사지와 스파를 즐겨도 비용의 부담이 없어 에너지 충전을 위한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다.
머릿속이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하다면 차분히 생각할 시간을 주는 곳으로 떠나는 것이 좋겠다. 이 같은 목적으로 많은 이들이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위에 오른다. 800여km에 달하는 먼 길을 걸으며 줄어드는 말수 대신 깊어지는 사고를 경험하고 싶기에 기꺼이 긴 여정을 택한 이들이다.
그러나 이는 하나의 예시에 불과하다는 것을 유념하길 바란다. 모두가 산티아고를 걷는다고 복잡했던 머릿속이 깨끗이 정리되는 것은 아니다. 맞춤옷처럼 나에게 꼭 맞는 여행법을 찾아내는 것 또한 힐링여정의 일부임을 명심하자. 치유 방식은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빈 곳은 채우고 넘치는 것은 버리며 아픈 곳은 보듬어 다독이는 여정 가운데 결과는 비슷해진다. 상처에 어김없이 새살이 돋듯, 더 없이 퍽퍽했던 삶도 길 끝에선 윤기를 되찾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