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석은 드라마에서 원칙주의를 고집하는 왕실 근위대장 은시경을 연기한다. 은시경은 너무 바르고 정직해서 때론 답답하기까지 하다. 그런 은시경을 연기자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까. “좋아해요.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캐릭터고 흔치 않은 사람이잖아요. 자신이 가지지 못한 점을 연기할 때 배우는 희열을 느끼죠.”
조정석은 은시경이 극중 아버지에 대해 품고 있는 콤플렉스를 바탕으로 캐릭터를 구축했다. 엘리트 중의 엘리트인 아버지 은규태(이순재 분)의 명성에 누를 끼치고 싶지 않지만 자신의 능력이 아버지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해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 더 반듯하고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하다보니 ‘원칙주의자’가 됐다. “‘나는 이래야만 해’하는 생각이 은시경을 만들어버린거죠. 하지만 일탈을 꿈꾸는 인물은 아니에요. 은시경에게 일탈은 편의점에서 술을 사서 야외 테이블에 앉아 혼자 마시는 정도일거에요.”
자유분방한 공주 이재신(이윤지 분)과의 로맨스는 시청자들이 ‘더킹 투하츠’를 기다리는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였다. 자신과 완전히 다른 이재신의 자유롭고 당당한 매력은 은시경에게 충격을 안겼고 곧 사랑으로 다가왔다. “은시경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공주님을 좋아했어요. 그렇지만 자신의 위치를 생각하면서 그 마음을 접으려고 노력했죠. 노력해도 사랑하는 마음이 점점 커졌지만요.”
그는 기억에 남는 대사로 “공주님은 멋지십니다”와 “공주님이 더 빛났어요”를 꼽았다. 글로 써놓으면 조금 닭살 돋는 대사처럼 보이지만 극중 은시경이 말하면 신기하게도 동화 같은 모습이 그려진다. “은시경이란 캐릭터의 성격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어떤 말을 해도 마음에서 우러났단 사실이 느껴지니까요.”
햇살이 내리쬐는 아름다운 정원에서 선보인 두 사람의 첫키스 장면은 수많은 여성팬들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근위대장과 공주님의 애틋한 사랑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공주님을 붙잡고 확 키스할 때 그동안 숨겨왔던 감정이 폭발한 느낌이었죠. 촬영할 때 정말 너무 떨리고 설렜어요. 중간에 컷 하고 잠깐 대기하고 있을 때면 그 감정을 추스르느라 힘들었을 정도니까요.”
그러나 어렵사리 이뤄진 사랑은 오래가지 못했다. 은시경이 맞이한 결말은 죽음이었다. “물론 공주님에겐 죄송하지만 반드시 돌아오겠다는 굳은 의지를 가지고 떠났어요.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분들도 많겠지만 군인 은시경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해요.”
동시간대 1위의 시청률로 기분 좋게 출발한 ‘더킹 투하츠’는 뒷심이 받쳐주지 못했다. 조정석 역시 그 점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시청률에 관계없이 촬영장 분위기는 항상 화기애애했어요. 고생한 만큼 시청률도 잘 나왔으면 더 좋았겠죠.” 극에 몰입한 시청자들은 스토리의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스토리 전개 상 달라진 부분은 없어요. 갑자기 제 분량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것도 극의 흐름에 맞춰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거고요.”
지난 4개월 동안 은시경으로 살아온 조정석의 실제 성격은 어떨까. 그는 자신의 매력으로 누구든 쉽게 다가올 수 있는 편안함을 꼽았다. “재밌는 분위기 좋아하고 엉뚱한 면도 있어요. 유쾌하고 수다도 잘 떠는 밝은 성격이죠. 한편으론 은시경스러운 모습도 가지고 있어요. 진지할 땐 확실히 진지하거든요.”
은시경과 영화‘건축학개론’의 납뜩이. 모두 조정석을 통해 태어난 인물들이다. 전혀 다른 인물을 연기하면서 양쪽 모두 호평받은 그는 멜로 연기를 해 보고 싶단다. “애잔한 사랑이나 알콩달콩한 로맨틱 코미디, 어느 쪽이든 환영이에요.” 이미 ‘더킹 투하츠’에서 손짓 하나하나 공주님을 향한 진심으로 가득한 연기를 선보인 만큼 그가 펼칠 본격적인 멜로 연기가 기대된다.
조정석은 단숨에 주목받는 배우로 떠올랐지만 욕심내지 않으려 한다. “뭔가 이루려고 하면 끝이 보이니까 이뤄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차근차근 나아가려고 해요. 그럼 자연스럽게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길 거라고 믿고 있어요. 앞으로 더 좋은 배우가 돼서 살아 움직이는 인물을 보여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