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맞벌이 가구는 43.6%로 570만 가구에 달했다. 2009년도에 실시한 사회조사에서는 맞벌이 가구 비중이 40.1%로 나왔다. 그 기준 및 개념은 상이할 수 있으나, 맞벌이 가구 비중이 2년 사이 증가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제 남편은 밖에서 돈 벌고 아내는 집에서 살림만 하는 전통적인 가구의 모습은 더 이상 찾기 힘들다.
불과 50년 전만 해도 여성은 항상 코르셋과 페티코트를 입어야 했기 때문에 혼자 마차에 오를 수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패션디자이너 코코 샤넬은 여성을 위한 바지를 제작해 마차에 혼자 오를 수조차 없던 여성을 단시간에 운전석에 앉혔으니 혁명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후 많은 인권 운동가들의 노력으로 여성에게도 남성과 동일한 교육 및 정치참여의 기회가 주어졌고, 여성과 남성이 경제활동에도 참여하며 동등한 경쟁을 하게 됐다. 집에 돌아와 기다리고 있는 가사노동이 남성, 여성 모두의 할당치가 되었다는 뜻이다. 이승기네 김치맛이 부러운 차승원이 등장하는 김치냉장고 광고만 봐도 남성도 여성과 똑같이 가사와 요리, 육아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시대상을 반영한 것이다. 아름다운 이영애가 나오는 광고도 아름다운 여인이 사는 아파트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집안 조명이나 보일러를 켜고 끌 수 있는 유비쿼터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파트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사무실에서 언제든지 인터넷으로 식료품을 주문하면 그날 저녁에 받아 볼 수 있도록 한 온라인 마트 서비스는 여성들의 전유물로 상징되던 마트 쇼핑에 남성을 직접적으로 끌어들였다.
현실은 이렇지만 얼마 전 접한 일련의 기사는 반전영화에 버금간다. 한국 남성의 가사 참여도 비율이 OECD국가 중 가장 낮다고 발표됐기 때문이다. 한국 여성의 사회 진출 비율은 10년 전에 47.5%에서 51%로 상승한 반면, 남성의 가사 참여율은 아직도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슈퍼우먼을 넘어 ‘울트라우먼’처럼 모든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 이다.
경제협력기구(OECD)에 의하면 29개국의 여성들은 남성보다 평균 4배 가까운 시간을 가사노동으로 허비한다고 한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인도, 일본 등의 아시아 국가에서는 장보기 및 아이 돌보기 등의 가사 노동에 여성은 3시간 반 가량을 사용하는데 비해, 남성은 1시간도 채 사용하지 않는다. 한국은 가정 경제 기여도는 똑같아도 똑똑한 여성이 사회 생활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에 적합한 나라는 아닌 모양이다.
그렇다면 남성의 가사 참여도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부와 기업이 먼저 변해야 한다. 맞벌이 부부를 위해 출산휴가 후 바로 아이를 돌봐줄 수 있는 어린이 집을 보충하고, 남성이 가사노동을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백색가전과 식료품 판매 방식에도 많이 변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온라인 마트가 그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독신남을 위해 사용법이 직관적이고 간편한 원스텝 상품을 출시하고, 남성 전용 공간에도 세제 광고가 흘러나오며, 남성잡지에서도 자동차 비교 칼럼처럼 청소기 비교 칼럼이 나온다면, 남성이 자동차를 향한 무한한 사랑처럼 가사 노동을 위한 가전 제품 역시 관심대상이 되지 않을까?
여자를 가사 노동에서 해방하기 위한 기업의 노력이 꼭 거창해야 할 필요는 없다. 실제 사용할 사람의 작은 습관과 사회적 시선에 관심을 갖고, 그들이 언제 즐거움을 느끼고 소소하지만 꼭 개선해야 하는 불편함은 무엇인지 주의 깊게 관찰하다 보면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이다.
/정현주 일렉트로룩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