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업계에 따르면 박 사장은 2일 출국해 13일까지 11박 12일 일정으로 스페인과 일본에서 머문다. 일정의 대부분을 스페인에서 제품 관련 행사하는 것으로 보내고 귀국길에 일본에 들려 도쿄 식품박람회에 참석한다. 지난 1월 스페인 출장 이후 한달 여만에 다시 회사를 비우는 것 이다.
앞서 박 사장은 1월 20일부터 동월 28일까지 회사를 떠나 스페인에 머물렀다. 마드리드에서 열린 세계적인 요리행사‘2012 마드리드 퓨전’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박 사장의 출장 시점이다. 업계는 오는 20일에 열리는 주주총회를 고려하면 박 사장의 최근 행보는 무리하다고 보고 있다. 장기간 계속된 사모펀드와의 경영권 분쟁이 최근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1997년 박승복 회장으로부터 대표이사직을 물려받으면서 이복동생인 박승재 전 사장과 분쟁을 겪고 있다. 박 회장이 아들 박 사장에게 대표이사직을 넘겨주자 이에 반발한 박 전 사장은 박 사장과 다투다 지난 2006년 마르스1호펀드에 지분 24.1%(107만2천65주)를 넘겼다. 이후 꾸준히 지분율을 늘려 2대주주에 등극한 마르스1호는 샘표식품 최대주주 측과의 근소한 지분율 차이로 경영권을 위협해왔다. 박 사장은 현재 16.46%의 샘표식품 지분을 가진 개인 최대주주이며 박 사장 지분까지 합해 우호지분율은 33.02%다. 2대주주인 마르스펀드의 지분율은 32.98%로 박 사장 우호지분율과 큰 차이가 없다.
올해도 주주총회를 앞두고 마크스1호펀드가 경영권을 위협하자 박 사장은 300억원 규모의 자사주 공개매수를 선언했다. 이번 기회에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율을 늘려 분쟁의 씨앗을 없애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아직까지 박 사장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마르스펀드 측이 공개매수에 응할 가능성이 커 보이고 박 사장과 물밑에서 조율을 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마르스펀드가 공식적으로 공개매수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나타내기 전까지는 상황을 예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마르스펀드가 공개매수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박 사장은 소액주주로부터 주식을 사들여야 하는데, 이 경우엔 경우의 수를 생각해야 한다. 계획한 300억원어치의 주식을 소액주주로부터 매수할 경우 소액주주 분산 요건을 위반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있다.
기업이 거래소에 등록할 수 있는 요건에 소액주주(주식총액 또는 출자총액의 1%에 해당하는 금액과 액면가 기준으로 3억원 미만에 해당하는 금액 중 더 적은 금액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가 보유하는 주식수가 발행주식 총수의 40% 이상일 것과 소액주주의 수가 300명 이상일 것 등 일정 규모의 소액주주가 있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박진선 사장의 경영권 불안은 1997년 이복동생 박승재 전 사장과의 분쟁으로부터 시작됐다. 업계 관계자는 “박 사장이 오너 3세인만큼 외부적인 실적을 내야겠다는 강박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총을 앞두고 있지만 해외 행사 참가를 통해 자신을 두각시키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박 사장이 자사주 매입 결단을 내린 후 경영권 분쟁이 해소될 것으로 너무 확신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며 “한식 세계화도 좋고, 해외경영도 좋지만 지금은 국내 현안에 더 힘을 쏟을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