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올 한 해동안 대한민국 가요계를 주름잡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좋은 날’로 오빠팬, 삼촌팬들의 마음을 뒤흔들고, 각종 프로그램에서 섭외 1순위로 떠오르며 전성시대를 열었다. 6일 삼성동 소속사에서 만난 아이유는 편안한 후드티 차림으로 등장했다. 여느 고등학생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이 여린 소녀가 대중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았을까.
“많은 사랑을 주셔서 감사해요. 방송에서도 평상시 모습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하려고 해요. 많은 분들이 저의 헐렁한 모습을 좋아해주시는 거 같아요.”
폭발적 인기에 아이유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이 있기 마련인 연예계의 생리를 이미 터득했고 또 준비하고 있었다.
“이 인기를 언제까지 누리겠어요. ‘좋은 날’ 때문에 너무나 큰 사랑을 받았고 그걸로 충분하죠. 지금도 연예계에 데뷔하는 신인들이 수도 없이 많지만 전부다 성공을 보장 받지는 못하잖아요. 혼자 더 욕심부리며 인기를 누리겠다고 안절부절 하는 건 아닌 거 같아요.”
아이유는 이미 받은 사랑으로도 충분하다며 인기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분들의 전성기시절에 저는 아주 어려서 기억이 안나요. 그렇기 때문에 전설로 느껴졌어요. 그런 분들이 곡을 주신다고 하셨을 때 믿기지 않았었죠.”
삼촌처럼 편하게 대해주는 선배 가수들이지만 이들과 함께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게 꿈만 같단다. 앨범 중에서도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은 정재형이 작곡한 ‘라망’. 재즈풍의 노래가 좋아지는 요즘 자신의 감성을 전달하기에 딱 그만이라고. 사실 이 곡은 3집 앨범에서나 만날 수 있었을 뻔했다. 정재형이 무한도전 등 예능프로그램에서 활약하며 크게 인기를 얻었던 터라 녹음일정이 잡히질 않았다.
“데모곡을 듣고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바쁜 거 알지만 이번 앨범에 꼭 넣고 싶어 정재형 선배 집에 직접 찾아 가서 부탁을 드렸어요. 흔쾌히 녹음 허락을 받았죠.”
이번 앨범에는 자신의 우상인 코린 베일리 래가 선물한‘4AM’이란 곡도 수록돼 있다. 이 곡에 아이유는 직접 작사에 참여해 자신만의 노래로 소화했다. 또한‘길 잃은 강아지’란 곡은 직접 작사와 작곡까지 도맡아 했다.
“버려진 강아지를 보고 쓴 곡인데 쓰다보니 사람에 관한 얘기로 들리게 써야겠단 생각을 했어요. 결국 사랑받다 버려진 모든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노래했어요”
이렇듯 아이유에 있어 만족스런 앨범이지만 팬들 사이에선 ‘호불호(好不好)’가 갈리고 있다며 귀띔한다.
“음악적 아티스트로서의 느낌을 요구하는 팬들과 아이돌의 감성을 요구하는 팬들로 나뉘고 있어요. 아이돌을 원하는 팬분들은 ‘왜 자꾸 저쪽(아티스트)으로 가느냐, 아직 어린데. 마쉬멜로우 같은 밝은 노래 2~3년 더 불러도 된다’ 라고 얘기를 하세요. 반면 아티스트적 면모를 요구하시는 팬들은 더 올 줄 알았는데 아쉽다고들 하시고요.”
본인은 어떤 느낌이 더 좋은가 라고 물었다.
“저는 지금이 딱 편해요. 제가 보여드릴 수 있는 부분 최대한 보여주려 노력한 지점이에요. 언제나 반짝거리는 아이돌 스타라고 보기에도 부족하고 아티스트라고 하기에도 부족해요. 지금으로선 여기가 제 포지션이에요. 양쪽에 저에 대한 기대를 많이 하는 팬들 덕분에 늘 고민을 하고 있지만요.”
“굉장히 이성적이라며 좋게 보시는 분들도 있지만, 어떤 분들은 무뚝뚝하고 독하다는 말도 해요. 1위 받았을 때도 울지 않았거든요. 그 상황을 너무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인 거 같아요.”
아이유가 말한 ‘현실적인 받아들임’이란 어떤 뜻일까.
“너무 좋은 일이 있으면 예전 생각도 나고 그래야 하는데 그냥 ‘좋다’는 생각만 해요. 무엇보다 이 곡은 작곡가, 작사가 분들이 주신 곡이기 때문에 그분들에게 공을 돌리다 보면 저에게 돌아오는 게 그렇게 크지 않다는 생각을 했어요.”
주변 조력자들 덕분임을 잊지 않겠다는 의미도 있지만 그 순간의 기쁨을 즐기고 싶다는 말이었다. 역시 10대 답게 당찼다.
마지막으로 아이유에게 물었다. 자신 앞에 어떤 수식어를 붙이고 싶을까.
“어떠한 아이유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어요. 그런 수식어는 앞으로 팬분들이 달아주면 되지 않을까요. 저는 그냥 있는 그대로의 아이유로만 있으면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