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는 그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맛으로 뭔가 ‘싱거운 느낌’을 싫어하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왔다.
폭탄주는 그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기에 ‘기다림’과는 거리가 먼 우리나라의 술자리 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라 할 수 있다.
비빔밥은 밥과 반찬을 모두 한 곳에 쓸어 넣고 척척 비벼 먹으니 매우 편리하면서도 먹어야 할 것은 다 갖추고 있어 ‘대중적이면서도 단순한 해결책’을 좋아하는 우리나라의 국민들에게 걸 맞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거액자산가들의 자산관리 니즈(Needs)를 잘 살펴보면 묘하게도 우리나라 국민들의 식생활과 비슷한 측면을 갖고 있다.
그저 시장을 따라가는 수동적인 전략 보다는 강렬한 논리와 철학을 원하고, 그 운용의 효과 또한 운용성과에 즉각적으로 반영되기를 원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2011년 상반기 자문형 랩어카운트(Wrap Account:종합자산관리 계좌)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소수 시장주도주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는 전략에는 남다른 강력한 맛이 느껴지고 즉각적으로 운용성과를 체감할 수 있으니 ‘기다리기를 싫어하는’ 자산가들이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따지면 자문형 랩어카운트는 김치와 폭탄주의 특성을 모두 갖고 있는, 매우 ‘한국인의 입맛에 걸 맞는’ 금융상품이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한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속성을 갖춘 자문형 랩어카운트도 일정부분 한계가 존재한다.바로, ‘비빔밥’이 갖춘 다양한 자산군과 편리하고 대중적인 운용이라는 요소들을 갖추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향후에는 여러 종류의 자산들을 섞어 운용하면서 가장 대중적인 재무목표라 할 수 있는 ‘은행예금 대비 초과금리’를 추구하는 금융상품이 투자자들의 입맛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비빔밥도 알고 보면 밥이 대부분이며 간장, 나물이나 고추장 등은 맛을 더해주는 첨가물 정도의 양만 들어간다. 이와 마찬가지로, 자산의 상당부분은 큰 부담이 없고 은행예금 대비 소폭의 초과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채권으로 운용하면서 여기에 ‘맛’을 낼 수 있는 각종 투자형자산이나 파생상품 등을 첨가한다면, 다시 한번 한국인들의 ‘대중적인 입맛’을 사로 잡을 수 있는 금융상품이 되지 않을 까 필자는 생각해 본다.
비빔밥형 금융상품은 여러 자산을 활용해 대중적인 재무목표인 ‘은행예금 대비 초과수익’을 하나의 재무솔루션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다.
최근 고수익채권과 채권을 혼합해 월 정액식 상품으로 구성한 예가 이러한 금융상품의 초기형태라고 할 수 있다.비빔밥을 먹다 보면 대부분의 영양소는 ‘밥’에서 나오지만 맛의 차이는 고추장과 참기름의 양이 결정한다.
마찬가지로 이러한 혼합형 상품들의 상대적인 인기도는 채권 이외의 자산에 발생하는 차별적인 단 ‘몇 %’의 초과수익이 결정할 것이다.
비록 강렬한 맛은 적으나 대중적인 공감대가 큰 ‘비빕밥형 금융상품’의 가치가 부각될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지금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