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전세계가 적자와의 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남유럽에서 시작된 재정위기 사태는 북쪽으로 전진하면서 벨기에를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마저 ‘전염’시키고 있는 양상이다. 미국과 일본 등 글로벌 경제를 이끌던 국가 역시 막대한 재정적자와 부채에 허덕이고 있다. 문제는 적자를 줄이기 위해 본격적인 긴축정책을 쓰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금융위기 이후 경기회복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에서 섣부른 긴축은 글로벌 경제를 더블딥으로 몰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2010년 기준 미국의 재정 적자는 1조2300억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8%에 이른다.
이는 유럽 내 재정 불량국인 스페인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같은 적자규모는 갈수록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의회 예산국은 올해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9.8%에 해당하는 1조5000억달러로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는 중장기적인 재정악화 여건을 미국의 개선의지가 미약하다는 것이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가 지난달 미국 국채의 신용등급 전망을 20년만에 처음으로 강등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미 연방정부의 부채는 지난해 말 14조달러를 돌파했고 5월 16일 법정 채무한도인 14조2940억달러도 넘어선 상황이다.
부채한도가 초과하면서 미국 정부는 기본적으로 신규 차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자를 갚지 못할 경우 채무불이행(디폴트)으로 빠질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시장은 미국이 빚으로 망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부쩍 경계하기 시작했다.
금융정보업체 마킷에 따르면 1년 만기 미 국채의 디폴트 위험을 반영하는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최근 6거래일간 3배 가까이 급등, 인도네시아와 슬로베니아보다 높아졌다.
1년 안에 미국이 디폴트 사태에 처할 위험이 두 나라보다 더 크다는 의미다.
채무 상한 인상을 놓고 미 정치권이 첨예하게 대치하면서 ‘벼랑 끝 전술’을 펼쳐 시장의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적했다.
최근 안정세를 보이는 지방채 역시 불안한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디폴트 우려로 시장을 이탈했던 투자자들이 최근 복귀하면서 기록적인 수준까지 올랐던 지방채 수익률은 크게 하락(지방채 가격 상승)했다.
톰슨로이터MMD에 따르면 ‘AAA’ 등급의 10년 만기 미 지방채 수익률은 지난 1월 3.46%에서 최근 2.64%로 떨어졌다.
올 초 최대 40억 달러에 달했던 주간 유출액도 최근 1억 달러 수준으로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최근 미 지방채 가격이 오른 데는 미국 경제와 지방채시장 자체의 약점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월가의 유명 애널리스트 메리디스 휘트니는 올해 최대 100곳에 이르는 지자체가 디폴트에 직면하면서 향후 6개월내 지방채 환매가 줄을 잇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세수가 늘어나 한숨을 돌린 주정부 재정도 여전히 심각한 불균형에 시달리고 있다.
주정부 세수는 아직 경기침체 이전보다 3.1% 낮은 수준이며 여전히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록펠러연구소의 루시 대디언 수석정책분석가는 “지난 3년간 주정부는 연방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지원한 자금으로 연명했다”며 “연방지원이 사라진 현재 많은 주정부의 재정상황은 여전히 열악하다”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