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강형철 감독의 '써니'... "지대로 울고 웃기네"

입력 2011-05-11 16:16 수정 2011-05-11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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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써니
유호정과 심은경이 이리도 닮았을 거라 생각이나 했는가. 마흔이 넘은 유호정의 얼굴에서 10대의 심은경 얼굴이 겹쳐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이 둘의 호흡과 연기력이 찰떡 궁합이었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밖에.

써니. 일단 이 영화에서 가장 주목되는 배우는 단연 심은경이다. 심은경의 망가지는 매력은 깨알 재미를 선사한다. 심은경은 유호정의 고교시절 모습으로 순수하고 깨끗한 매력을 지녔지만 욕의 일인자 할머니를 둔 덕에 욕싸움에서 뒷심을 발휘 써클 ‘써니’의 자존심을 지켜내는 1등 공신이 된다.

그가 7명의 써클 써니에 합류하면서 이들 친구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섞이며 녹아드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다. 강형철 감독은 극 중 임나미(심은경 분)가 6명 멤버들과의 첫 만남을 청난방에 청자켓, 그리고 스펙스 운동화를 신고 전학온데서부터 관객과의 교류를 시도한다.

과거나 현재나, 그리고 아마 미래도 학생들에게 운동화, 가방의 메이커는 여전히 중요하다. 이 ‘중요한’ 지점에서 감독은 관객과 극중 임나미의 감정이 교류되는 만남의 장을 마련했다.

메이커를 하나씩 획득할수록 임나미의 뿌듯함과 기개는 올라간다. 빨간색 나이키 가방과 운동화를 신고 등장하는 임나미의 ‘중요한’ 물품들에 카메라는 한번은 짚어주고 가는 센스도 잊지 않는다.특히 ‘써니’의 명장면은 7멤버들이 과거 동영상을 까르르 웃으며 미래의 자신에게 꿈을 얘기하는 장면을 꼽아볼 수 있다.

“나는 나중에 니가 ㅇㅇ 가 되면 좋겠어. 만화방을 차리고 연체료 깎아주고 ...”

소녀들이 카메라를 향해 10년 혹은 20년 후의 스스로에게 꿈과 미래를 말하는 장면은 관객들의 콧잔등을 달아오르게 했다. 심은경의 어색한 포즈와 말투는 연기가 아닌 실제 수줍은 소녀. 나 혹은 친구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제대로 관객을 추억 그 시간, 공간으로 안내했다.

음악도 적절히 영화의 전반적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기여했다. 영화는 80년대 인기영화 ‘라붐’에서 피에르 코소가 소피마르소에게 헤드폰을 씌워주며 음악'REALITY'가 들려지는 영상을 100% 재현해내며 관객들의 설렘 지수 200%까지 끌어올렸다.

7명의 배우들의 특징을 제대로 살리며 맛깔스럽게 그린 영화 써니는 이들이 20여년 후 너무 평범하게 혹은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삶에서 느껴지는 쓸쓸하고 헛헛한 정서들을 관객의 몫으로 전이시켰다. 그리고 그 허전함 속 사이를 파고들어 이들 한명 한명에게도 고교시절 하나하나의 찬란한 역사가 있었음을 보여주며 관객들을 웃고, 또 울게 했다.

또 창의적인 코믹 기법도 새롭다. 병실에서 TV 막장 드라마의 뻔한 이야기 전개에 분노하는 환자들의 이야기는 관객들의 마음을 한방에 열어제꼈다. 이만하면 제대로된 감독의 코믹본능을 보여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뻔한 이야기를 이렇게도 과감한 연출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강형철 감독은 장진감독의 과감성도 닮았다. 이만하면 전작‘과속 스캔들’이상의 흥행성과 창의적 코믹 연출, 감동 모두 다 잡았다.

하나 더. 써니의 리더 진희경의 어린시절 역을 맡은 강소라의 카리스마. 혹은 민효린의 콧날처럼 강렬하고 음침한 매력. 이 사이서 몇 관객들은 정신을 못차렸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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