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저축은행 구조조정과 관련해 잇단 말바꾸기로 시장의 신뢰를 붕괴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금융권에서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의 이번 신뢰붕괴 행위는 오히려 뱅크런(집단 예금인출 사태)을 촉발시키는 도화선 역할을 할 수 있어 이번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금융권은 귀추를 주목했다.
금융당국이 19일 추가로 부산저축은행 계열사인 부산2, 중앙부산, 전주저축은행 3곳과 및 보해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조치를 부과했다.
지난 17일 부산 및 대전저축은행에 대해 영업정지를 결정한지 이틀 만에 또다시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이다.
당초 김 위원장은 “올해 상반기 중 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지만 이틀 뒤에 추가 구조조정을 단행한 만큼 시장의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틀 만에 입장 바꾼 ‘김석동’ = 지난 17일 김석동 위원장은 부산 및 대전저축은행의 영업정지와 관련한 입장을 발표할 당시 “저축은행의 업무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과도한 예금인출 등이 발생하지 않는 한 금년 상반기 중 부실을 이유로 영업정지 조치를 추가로 부과할 곳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한 부산저축은행 계열사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김 위원장은 “금융감독원의 정기검사를 앞당겨 17일부터 실시할 계획”이라며 “계열 저축은행에 예금인출이 발생할 경우 관련 규정상 지원 한도의 저축은행이 제공하는 담보 범위 내에서 유동성을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한바 있다.
이처럼 김 위원장은 올해 상반기 중 추가적인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고 부산저축은행의 나머지 계열사들에 대한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나머지 계열사에 대해 구조조정을 실시하지 않은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보통 계열사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고객의 경우는 자금을 분배해서 예금하기 때문에 계열사 2곳의 영업정지로 인해 다른 계열사 저축은행에서 자금이 급격하게 빠져나갈 것을 뻔히 예상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통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경우 한곳에 전체 자금을 예금하기 보단 나눠서 예금하는 일이 많다”며 “계열사 5곳 중 2곳이 영업정지를 당했기 때문에 고객들의 불안심리가 가중돼 ‘뱅크런’을 가속화 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바 있다.
◇‘뱅크런’ 오히려 부추긴 김석동 = 김 위원장이 추가 구조조정에 대해 함구한 것은 저축은행의 급속한 자금 이탈 즉 ‘뱅크런’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저축은행 구조조정으로 인해 시장의 불확실성이 크게 감소돼 시장이 조속이 안정 될 것이라는 금융위의 생각과는 다르게 오히려 시장의 불안함만 가중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이 이틀 만에 또다시 저축은행 구조조정이라는 칼을 뽑아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안만 가중시켰기 때문이다.
삼화저축은행을 제외한 104개 저축은행 중 94개 저축은행은 현재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지속하고 있다는 금융당국의 발언 이후 부실 저축은행의 예금을 우량 저축은행에 옮겨 예치시킨 시민들이 우량 저축은행에 대해서도 믿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서울에 사는 이모(59세) 씨는 “기존 저축은행에 예치한 돈을 뽑아 우량 저축은행으로 옮겨 예치시켰지만 정부가 이틀 만에 구조조정을 또다시 단행하면서 이제 우량 저축은행들도 믿을 수 없게 됐다”며 “우량 저축은행에 옮긴 돈도 다시 일반 은행으로 옮길지 고민하고 있다”며 불안함을 나타냈다.
실제로 금융당국에 따르면 부산 및 대전 저축은행의 영업정지가 내려진 지난 17일 대형 저축은행 16개사와 부산 계열 3개사 등 19개사에서 인출된 예금은 1456억원으로 이중 대형 6개 사에 145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시장에서는 김 위원장의 이번 결정으로 인해 오히려 우량 저축은행으로 이동된 자금들이 또다시 이동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반기 중 추가 구조조정이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 정부의 입장에 시민들이 우량 저축은행으로 자금을 옮겼지만 이번 계열사 영업정지로 인해 불안감을 가중할 수도 있다”며 “우량 저축은행 자금이 추가로 유출되면 저축은행업계 전반에 불안감을 고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