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4 국내 출시가 연기되면서 스마트폰 경쟁을 벌이는 KT와 SK텔레콤의 시장 전략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지난달 출시한 삼성전자 갤럭시S가 이미 30만대를 훌쩍 넘어서며 하반기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아이폰4의 결함과 국내 도입 지연이 치명적인 직ㆍ간접 손실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에서 아이폰4 도입을 추진 중인 KT는 “형식승인 준비 기간이 길어져 연기가 불가피하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는 등 수습책을 마련 중이지만 이를 기다려온 구매자들의 원성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일선 KT 직영점에서도 별다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해 가입자 경쟁에서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한 KT 직영점에서는 19일 오전 아이폰4가 언제쯤 출시되는지 문의하는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KT에서 1~2개월 안에 해결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지만 지난해 아이폰3Gs가 당초 출시보다 4~5개월 늦어졌다는 점을 볼 때 이번에도 ‘담달폰’이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갤럭시S를 단독 런칭한 SK텔레콤은 시장 선점에 우위를 확보하며 가입자 유치에 청신호가 켜졌다.아이폰4를 기다려온 잠재 구매자들이 1~2개월 연기와 결함 등 문제점을 이유로 SK텔레콤으로 이동하려는 집단적인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한 스마트폰 구매자는 “아이폰4를 구매하려고 아직까지 휴대폰 교체를 미뤄 왔는데 출시가 미뤄지면서 갤럭시S 구입을 심각하게 고려 중”이라며 “그동안 기능과 성능 등 아이폰이 월등히 좋았기 때문에 선택했지만 이젠 다른 스마트폰도 비슷한 위치에 있다는 점도 구매 의사에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시장 구도가 SK텔레콤으로 빠르게 이동하자 일부에서는 힘의 축을 양분하던 KT가 일년도 채 안된 시점에서 양강 구도에 균열이 가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KT의 스마트폰 라인업은 아이폰3Gs와 구글 넥서스원이 전부다. 삼성 옴니아2가 있지만 삼성전자에서 더 이상 생산하지 않는 품절폰이다.
KT 입장에서도 이번 아이폰4가 향후 무선인터넷과 스마트폰 전략에서 절대 비중을 차지함과 동시에 매출에 직결되는 만큼 내부적으로 해결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SK텔레콤은 비교적 여유가 있다. 10여종 이상의 스마트폰이 출시를 끝마쳤고 갤럭시S 뿐만 아니라 다양한 라인업이 소비자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아이폰에 대한 반감을 가진 이용자들이 몰리는 반사효과까지 거두면서 3분기 스타트를 기분 좋게 끊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갤럭시S가 출시된 시점에서는 아이폰4와 비교 자체가 불가능 했기 때문에 시장 반응이 지켜보자는 쪽에 무게가 실렸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최근 아이폰4 국내 상륙이 연기되면서 KT와 SK텔레콤 두 통신사의 행보에도 적잖은 여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KT가 아이폰 이외의 전략적 단말기를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 자충수를 둘 수도 있다”며 “1~2개월 안에 출시가 되지 못하면 경쟁력 부분에서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