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관계자는 “부사장 및 임원 승진인사 발표는 각 계열사별로 16일 발표될 예정이지만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이 전무의 승진 내정을 미리 발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COO는 CEO를 보좌하면서 경영의 일상적인 책임을 맡게 된다”면서 “사업부간의 업무조정 외에도 과거 CCO의 경험으로 네트워크를 통해 글로벌 고객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이재용 전무는 지난해 4월 삼성 특검 결과 발표 후 CCO(최고고객책임자) 자리를 내놓고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상태에서 외국의 주요 거래처를 만나고, 국내 사업장을 돌아보는 등 백의종군하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번 인사를 앞두고 이재용 전무가 부회장으로 파격적인 승진을 해 오너경영 공백의 우려를 불식시킬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지난 5월 대법원이 경영권 편법승계 논란에 대해 최종 무죄선고를 내린 후 후계구도의 법적 부담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측은 이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킴으로써 여느 임직원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정규 코스를 밟게 했다. 이 전무는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19년 만에, 전무 승진 연한 3년을 채워서 부사장으로 승진 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이건희 전 회장 등 삼성 수뇌부들은 이 전무가 주주와 임직원들에게 단계적으로 경영능력을 검증받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대법원으로부터 경영권 편법 승계 의혹에 대해 무죄 판단이 나와 삼성그룹이 오너 중심의 경영체제로 복귀할 수 있는 토대는 마련됐지만, 이 전무의 경영능력 검증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수는 두지 않겠다는 삼성 수뇌부의 의지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대신 삼성그룹의 맏형 기업인 삼성전자의 경영구도를 최지성 사장 단독체제로 전환함에 따라 이 전무의 보폭이 크게 넓어질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다.
최지성 사장은 포스트 이건희 시대의 대표주자 중 한명으로 거론되고 있고, 무엇보다 이재용 전무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까지도 최지성 사장은 이재용 전무의 해외 출장에 여러 차례 동행하면서 ‘이재용 시대’의 핵심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이재용 전무는 삼성전자의 경영을 책임지는 최지성 사장과 함께 COO로서 협력하면서 오너경영 등극을 위한 준비를 하게 될 전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재용 체제로의 경영구도 재편이 이번 인사에서 보다 분명해졌다”면서 “이 전무가 본격적인 경영능력의 검증대에 섰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전무에 대한 경영평가에 따라 삼성그룹이 오너경영체제로 복귀하는 시점이 당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과거 이건희 전 회장이 오너로 전면에 나서기에 앞서 경영일선에서 고 이병철 회장에게 직접 CEO마인드를 배웠던 것에 비해, 이 전 회장이 현재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재용 전무의 오너 등극에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