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A씨는 명절을 맞이해 그동안 미뤄왔던 부모님 종합건강검진을 예약했다. 고령이지만 평소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철저하게 식습관을 관리해 온 터라 큰 걱정은 하지 않았는데, 검진결과 위내시경 항목의 ‘위 점막하 종양(위 상피하 종양), 의료진 상담 요망’을 보고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특별한 증상은 없었는데, 종양이면 암이란 말인가?’
건강검진 활성화와 국가암검진 사업으로 위내시경 검사를 받은 인구가 늘면서 위 점막하 종양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대부분 종합검진 결과지에 ‘종양’이란 단어를 보면 걱정부터 앞서지만 종양 종류가 많고 발병 부위나 크기에 따라 치료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우선 양성, 악성 여부를 파악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장재영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위내시경을 받은 환자의 평균 약 3~4% 정도가 점막하 종양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는데, ‘종양’이라는 단어에 집중한 나머지 당혹해 하고 불안해하는 환자와 자주 보게 된다”며 “점막하층이나 근육층에서 형성되는 위 점막하 종양은 정상 점막으로 덮여 있지만 위장관 안으로 돌출된 혹 또는 덩어리 형태로 관찰되며 식도, 위, 십이지장, 결장 등 모든 위장관에서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 점막하 종양은 종양의 양·악성 여부를 떠나 종양의 모양만으로 확인된 진단이기 때문에 미리 암으로 자체 판단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해하기 쉽게 피부로 예를 들어보면, 뾰루지가 난 것이다. 다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각종 검사와 경험 많은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정확한 진단과 가이드를 받는 것이다.
장 교수는 “간혹 내시경 검사로 위에 공기가 많이 들어가면 비장, 신장, 담낭 등 주변 장기에 의해 위가 눌려 벽 외 압박이 발생, 이를 종양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시술 경험이 많은 전문 의료진이 아닌 이상 내시경 소견만으로는 점막하 종양과 벽 외 압박을 감별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 복부초음파, 컴퓨터단층촬영(CT), 초음파내시경 검사 등 여러 진단법을 활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위 점막하 종양은 대개 증상을 유발하지 않아 우연히 건강 검진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종류로는 기원하는 세포에 따라 위장관간질종양, 평활근종, 신경내분비종양, 섬유종, 림프종, 지방종 등으로 분류한다. 그중 질감이 물렁물렁한 지방종(노란색), 혈관종(푸른색), 투명한 물혹은 더 이상의 검사나 치료는 필요 없으나 때에 따라 종양의 크기가 커 폐색, 출혈을 유발한다면 절제를 고려해볼 수 있다.
장 교수는 “점막하 종양은 점막 밑에 병변이 위치해 있어 조직검사로 진단이 어렵고, 초음파내시경으로 위치하는 층, 종양 내부의 초음파 성상 등으로만 진단을 유추할 수밖에 없다보니 많은 환자들이 정확한 진단을 알지 못해 불안해하고 답답해하기도 한다”며 “점막하 종양은 다른 종양에 비해 유병률이 낮고 종양이 커질지, 악성으로 변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특성으로 인해 치료 방침을 세우기 매우 까다롭다”고 말했다.
이어 장 교수는 “의료진 개인 간의 진료 경험이 다르고, 확정된 치료 지침이 거의 없으며 진단에 중요한 초음파내시경이 대중화돼 있지 않아 어떤 의료진을 만나느냐에 따라 치료 결과가 좌우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점막하 종양은 위장관간질종양이다. 위장관간질종양은 위에서 관찰되는 점막하 종양의 약 60%를 차지한다. 가장 흔하게 관찰되지만, 크기와 관계없이 악성화 가능성이 있으므로 딱딱하고 크기가 1㎝ 이상이라면 초음파내시경을 권고한다. 내시경을 통해 고유근층에서 기원한 검은색의 병변으로 확인되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수술이나 내시경 절제의 고려 기준은 2㎝ 이상이다.
장 교수는 “내시경절제술에는 대표적으로 병변을 올가미로 잡아 제거하는 내시경점막절제술과 전기칼을 이용해 병변을 절개, 절제하는 내시경점막하박리술이 있으나 병변의 크기, 위치에 제약 없이 활용 가능한 내시경점막하박리술이 빈번히 활용되고 있다”며 “단, 시간이 오래 걸리고, 출혈, 천공 발생률이 높기 때문에 경험 많고 숙련된 의료진 선택을 권장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