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국회의원도 당했다…누구나 당할 수 있는 '불법 리딩방'"

입력 2024-09-0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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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불법 주식 리딩방에 잠입한 뒤 검거에 큰 공을 세운 A 씨가 "피해자 중 현역 국회의원도 있을 정도로 불법 리딩방은 누구나 당할 수 있는 범죄"라고 경고했다.

A 씨는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인의 권유로 캄보디아 주식 리딩방에서 일하게 됐다. 처음엔 리딩방이라고 소개하지 않고 얼버무려 얘기했다"며 "이상한 느낌이 들어 알고 지내던 형사를 찾아가 얘기를 나눴다. 형사는 위험하다고 말렸지만 가보지 않고는 어떤 일을 벌이는지 모르니 가보겠다고 말씀을 드렸다"고 현장에 잠입해 경찰에 신고하게 된 계기를 말했다.

A 씨는 "처음에 도착하니 중국인들의 숙소로 보이는 호텔로 가서 방을 배정받았다. 나중에 파악하기론 호텔의 건물 주인이 중국 총책이라 범행 장소 및 은신처로 사용하는 것 같았다"며 "숙소를 배정받고 모이니 주식 리딩방 경력자들과 중국인, 그리고 통역가가 와서 일을 설명해줬다. 중국인이 관리자였는데 거의 높은 자리나 일은 모두 중국이 관리했다"고 처음 도착했을 당시 상황을 전했다.

범행 수법은 매우 치밀했다. A 씨는 "먼저 수십 대의 휴대전화와 함께 네이버 밴드방을 각자 3개씩 배정받는다. 휴대전화로는 여러 바람잡이 계정을 만든 뒤 미리 침투시켜놔 밴드방이 활성화된 것처럼 보이게 한다"며 "그 후 경력자들이 짜준 대본대로 밴드방에 사람들을 유입시킨다. 보통 아무런 대가 요구 없이 무료로 들어와서 관망만 하시라고 하는데 열 명에게 하면 한두 명은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차피 피해자는 정보만 보러 들어온 거니 입금하라는 얘기 없이 그대로 둔다. 대신 바람잡이 계정들을 통해 피해자들과 친분을 쌓는 데 주력한다"며 "남성에겐 오빠라는 식으로 얘기하며 로맨스 쪽으로 발전시키고, 여성에겐 사적으로 공통점을 찾아내 친해진다. 이렇게 신뢰 단계까지 가는데 두 달 정도 걸리는데 이걸 마취한다고 표현한다"고 말했다.

친분을 쌓으면 본격적으로 사기를 시작한다. A 씨는 "그다음에는 실제 애널리스트를 섭외해 매일 아침 종목을 추천한다. 그리고 얼마나 우리를 믿고 있는지 피해자별로 다 체크를 해둔 뒤 잘 믿는 사람에게 더 다가간다"며 "어느 정도 신뢰가 쌓이면 가짜 거래소 앱 가입을 권유한다. 특별한 프로젝트인데 친한 사이니 끼워준다고 하면 거의 다 가입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입금을 유도한다. 그는 "9시에 입금을 받고 일괄적으로 매수한 것처럼 속인다. 그리고 9시 반쯤 차트를 보고 급등한 주식을 확인한 뒤 마치 그거를 9시에 매수한 것처럼 조작해 사람들에게 매도하라고 알린다"며 "그러면 수익금이 나오고 출금 신청을 하는데 이땐 전액으로 해준다. 대신 계속 입금 최소 금액을 늘리며 판을 점점 키우고 바람잡이 계정들로 수익 인증을 올려 피해자들이 계속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익금도 처음 한두 번만 출금해주고 그 뒤엔 계속 돈을 묶어둬 가해자들이 손해를 보지 않게 한다. 예를 들어 1000만 원 입금하고 30% 수익이 나서 1300만 원이 되면 200만 원만 먼저 출금하고 더 투자하라는 식"이라며 "그러다 마지막엔 공모주 청약을 한다며 전액을 입금하라고 한다. 입금받은 뒤 잠적해버리면 피해자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전했다.

조직적인 범죄인 만큼 피해자도 다양했다. A 씨는 "3개월가량 있었는데 5억~6억 원 정도 피해 본 사람도 봤고 심지어 국회의원도 있었다"며 "이번 총선 출마자도 있었는데 그만큼 전문적으로 사기를 치기 때문에 사회적 지위 등 상관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불법 주식 리딩방은 현재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A 씨는 "제가 있던 조직만 직원이 350명 정도 됐다. 총책 등 고위급 대부분이 중국인인데 공조 없이는 이들을 잡기도 힘들다"며 "이런 식의 불법 리딩방이 얼마나 있는지는 규모를 파악하기조차 어렵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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