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크리스토퍼 전 CFTC 위원장 "해리스 가상자산 정책은 아직 불명확"

입력 2024-09-10 05:00 수정 2024-09-10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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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화폐전쟁 가상자산 줄다리기>
'크립토 대디' 크리스토퍼 지안카를로 전 CFTC 위원장
韓언론 첫 인터뷰…“기술은 막을 수도 멈출 수도 없다”
디지털 자산, 11월 미국 대선 선거 공약으로 떠올라
트럼프, 비트코인 '비축자산' 선언, 해리스는 '신중모드'

▲7월 31일(현지시간) 지안카를로 크리스토퍼 Willkie Farr & Gallagher 수석 고문(전 CFTC 위원장)이 미국 뉴욕 오피스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안유리 기자 inglass@)
▲7월 31일(현지시간) 지안카를로 크리스토퍼 Willkie Farr & Gallagher 수석 고문(전 CFTC 위원장)이 미국 뉴욕 오피스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안유리 기자 inglass@)

"바이든 행정부가 가상자산 분야에서 리더십을 보여주지 않아서 실망스럽다. 다음 정부에서는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미국이 가상자산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보여주길 기대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지안카를로 전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은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가상자산 시장에서 미국 달러의 역할을 강조했다.

지안카를로 전 위원장은 2014년 6월~2019년 4월까지 13대 CFTC 위원장을 지냈다. 글로벌 가상자산 담론에 기여하고 있는 그는 '크립토 대디'라고 불린다. 현재 법률 회사 Willkie Farr & Gallagher에서 수석 고문으로 재직 중이며, 디지털 통화 시대에 미국의 역할을 고민하는 비영리 싱크탱크 프로젝트 '디지털 달러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이 요동친 7월 마지막 주, 지안카를로 전 위원장의 뉴욕 사무실을 찾았다. 지안카를로 위원장은 "역사는 우리에게 진보와 기술 변화를 멈출 수 없다고 가르친다. 미국이 21세기에도 20세기처럼 (세계 금융 질서를 구축하는 데) 성공하기를 원한다면 이 새로운 기술을 수용하고 저항하지 않고 포용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 자산이라는 주제가 주요 대선 후보의 선거 공약인 선거 운동이 된 건 중요한 이정표"라면서, 현재 가상자산을 둘러싼 미국 정가의 구도를 '댐의 물'에 비유했다. 그는 "지금 바이든 행정부는 댐으로 물을 막으려고 하지만, 구멍에서 물이 새어 나오고 있다. 이제 그들은 물을 막을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지안카를로 전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보는 비트코인을 석유와 같은 비축자산(stockpile)으로 만들고, 백악관에 TF를 만들고 비트코인 채굴을 장려하려 한다"면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통령으로 선출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해리스 민주당 캠프는 최근 "신흥 기술과 그런 종류의 산업이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정책을 지원할 것"이라며 가상자산 업계에 대한 태도를 전향적으로 바꿨다. 업계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구체적인 공약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지안카를로 전 위원장은 "아마도 그녀는 (부통령일 당시) 바이든 대통령의 (가상자산 업계에 부정적인 SAB 121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지지했을 것"이라면서 "해리스가 무엇을 할 것인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시장 초기부터 비트코인과 가상자산에 집중하고 있고, 시장에 '김치 프리미엄'이 있었다는 걸 알고 있다"며 "유럽의 MiCA 법안이 완벽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규제로 한발 앞서나간 유럽과 기준을 만들려 노력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에 공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크리스토퍼 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 올해는 비트코인 ETF, FIT21 등 가상자산 규제에 있어 중요한 순간들이 많이 있었다. 우리는 돈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순간을 겪고 있는 것 같다. 이에 동의하는가?

동의한다. 디지털 자산이라는 주제가 주요 대선 후보의 선거 공약인 선거 운동이 된 건 중요한 이정표다. 내슈빌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설을 주의 깊게 들어야 한다. 그는 현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가상자산에 긍정적인 위원장으로 교체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또 비트코인을 전략자산(Reserve Asset)이 아닌 비축자산(stockpile)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전략자산과 비축자산 개념은 차이가 있다. 미세하지만 중요한 차이다. 전략자산은 금과 달러 같은 금전적 가치이지만, 비축자산은 철이나 음식 ·석유와 같은 자원 같다. 중요한 건 비트코인을 다른 나라에 대항하기 위해 비축자산으로 만들지만, 달러처럼 전략자산화, 화폐처럼 만들지는 않겠다는 지점이다. 비트코인은 세계 최초의 디지털 상품(commodity)이므로 세계 최초의 디지털 상품 비축을 언급한 건 (경제 역사에서) 중요한 진전이다.

Q. 유럽의 MiCA 법안을 비롯해 전세계가 규제 명확성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

일본이 매우 이르게 규제를 마련하고 있다. 싱가포르, 스위스와 같은 나라들도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들 나라는 미국과 같은 경제적 비중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 분야에서 미국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현재 나타나고 있는 무작위적인 개별적인 기준보다는 공통적인 기준을 설정할 수 있다.

Q. 규제 명확성을 위해서는 다양한 규제기관의 협력이 중요하다. 또한, 새로운 제도는 규제기관간 힘의 역학관계를 변화시킨다. 현재 미국에서 가상자산을 둘러싼 SEC와 CFTC 간의 힘의 역학관계는 어떤가?

내가 CFTC에 재직하는 동안 SEC와 CFTC의 사이는 매우 좋았다. 지난 3년간 (두 기관 간에) 조율이 덜 이루어진 건 사실이지만, 당사자가 아니므로 그것에 대해 너무 비판적일 수는 없다. 현재 상황에는 3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SEC는 투자자 보호 의무를 가지고 있고, CFTC는 상품 혁신을 추구해야 하는 의무가 명문화되어 있다. 또, 현 SEC 위원장인 게리 겐슬러가 가상자산 혁신을 억제하겠다는 정책적 결정이 영향을 미쳤다.

다만 미국은 오랫동안 헌법적으로 우리가 삼권분립 기조 아래, 별도의 규제 기관을 두었다. 다른 나라와 달리 독특한 면이 있지만, 나는 이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두 기관으로 권한을 분리하는 것이 가상자산에도 긍정적이다. 만약 가상자산 규제를 SEC에만 맡겼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얻지 못했을 것이다.

Q. IMF, 세계금융안정위원회 등은 가상자산의 영향력이 커져 전세계 금융안정성이 깨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들은 금융 안정이 금융 시스템의 '현상 유지'와 같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나는 그들이 진정으로 그렇게 믿는다고 생각하지만, 역사는 우리에게 진보와 기술 변화를 멈출 수 없다고 가르친다. 멈춘다해도 세상이 우리를 지나쳐버릴 것이다. 기술은 멈출 수 없다.

가상자산은 은행, 금융, 쇼핑 등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새로운 '아키텍처'(Architecture)다. 기존의 금융·은행 계좌 기반 금융 시스템은 모든 사람들(개발도상국 등)을 포용하는데 충분히 효과적이지 못했다. 가상자산이란 새로운 기술은 사람들이 금융 시스템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 줄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

세대적인 요소도 있다. 우리 기성세대는 영업시간에만 영업하고 주말에 문을 닫는 금융과 은행에 익숙하다. 그러나 비디오 게임을 통해 자란 젊은 세대는 항상 인터넷에 접속한다. 젊은이들은 1초 만에 전 세계에 틱톡 메시지나 이미지를 보내는데, 돈은 왜 그렇게 할 수 없는지 궁금해한다. 왜 서울에서 뉴욕까지 돈을 보내는 데 3일이 걸려야 하냐? 때로는 7일까지 걸린다.

Q. 미국 업계에서 블록체인협회 등 등의 투자자 활동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이러한 활동들이 최근 워싱턴의 변화된 분위기에 영향을 주었다고 보나?

가상자산뿐 아니라 다양한 금융 상품을 다루는 전통 금융권 사람들이 (워싱턴 정계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 규제 당국은 새로운 규제를 제안할 때 법에 따라 대중의 관점을 고려해야 한다. 가상자산 옹호자들도 편지를 쓸 것이지만 전통 은행 전통 거래소의 대표자들도 그럴 것이다. 전통 금융 회사들도 모두 공식적인 방식으로 위원회와 소통한다.

Q. 당신이 설립한 디지털 달러 프로젝트에 관해 설명해달라.

디지털 달러 프로젝트는 민간 부문의 이니셔티브이다. 비영리·탐구 목적이다. 우리는 달러를 현대화해 기축 통화 지위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달러가 대표한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보존할 방법을 모색한다. 민간 부문 스테이블 코인이든 공공 부문 CBDC이든 디지털 통화에 대한 글로벌 표준을 개발하는 데 미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낼 것을 옹호한다.

Q.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면?

미국이 (세계 금융을 지배했던 20세기처럼) 21세기에도 성공하기를 원한다면, 이 새로운 기술을 수용해야 하고, 저항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20세기 미국의 금융 지배가 세계에 가져다준 선물은 자유무역, 궁극적으로 개인의 금융 선택에 대한 '자율성'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시스템에서 그러한 가치를 재확인할 새로운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미국의 리더십이 없는 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자유로운 기업자유무역의 가치를 주장하는 전통적인 역할로 돌아가, 새로운 디지털 화폐와 가치망 체계 속에서 경제적 자유를 주장하기를 바란다.

(동시통역 이준혁)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후원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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