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으로 해결 어려워
배상 한도 상향도 미봉책
보험 의무화는 국회 계류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관련 보상책이나 보험제도가 매우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번 불이 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7일 소방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사고 건수는 △2021년 24건 △2022년 43건 △2023년 72건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화재 사고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지만 전문 보상체계는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다. 가장 문제는 차주나 차량·배터리 제조사 간 잘잘못을 따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책임자를 규명하기 전까지는 일단 차주가 자동차보험의 대물배상 한도를 넘어선 막대한 배상금을 물어내고 추후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 대물배상은 사고로 다른 운전자의 차량을 훼손했을 때 수리비 등 각종 손실 등을 가입 한도 내에서 보상하는 담보다.
일례로 이달 1일 인천 청라지구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폭발한 벤츠 전기차의 차주가 가입한 자동차보험은 대물배상 보상한도가 5억 원으로 알려졌다. 주변에 있던 차량 40여 대가 불타고 100여 대가 연기에 그을리는 등 재산 피해가 100억 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벤츠 차주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자동차보험 대물배상 한도를 상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의무보험 상 최소 2000만 원 이상 가입해야 하고, 보통 5억~10억 원대로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보험사에서는 최대 20억 원까지 높여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대물배상 한도를 높이는 것도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시선도 있다. 그만큼 보험료 수준도 올라가기 때문에 가입할 고객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자동차 운행 중 수십 수백 대의 차량에 손해를 끼칠 확률이 높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전기차 화재로 인한 피해는 아파트 화재보험으로 보상받기도 힘들다. 건물이 아닌 자동차에서 난 불로 인한 피해기 때문에 면책대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아파트별 화재 위험도 측정이 불가해 자동차에서 나는 화재를 화재보험으로 커버하기는 어렵다”며 “자동차나 배터리 제조사가 가입하는 ‘생산물배상책임보험’을 늘려나가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맞지만, 이 또한 책임 여부를 따져봐야 해 피해자로서는 보상이 느리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기차 충전소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대한 보장도 충분하지 않다. 충전 시설은 대부분 공동주택이나 다중이용시설 지하에 설치돼 있어 사고가 나면 인명과 재산 피해 파급력이 크지만, 주유소와 달리 전기차 충전소는 배상 보험이 필수적이지 않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하고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올해 6월 ‘전기차 충전기 관리자가 화재 등의 사고에 대비해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담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지난 회기에서도 김한정 전 민주당 의원이 발의했지만 계류되다 결국 폐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