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공급이 총체적 난국을 겪고 있다. 원인은 복잡하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주택 공급난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특히 전세 사기 여파로 빌라 등 비(非)아파트의 상황이 심각하다. 여기에 아파트 분양가마저 건설비용 증가와 시세 상승 영향으로 급등하면서 무주택 서민의 주거 불안은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주택 '공급 절벽'의 배경에는 부동산 경기 침체와 지속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기가 있다.
부동산 PF 부실 우려로 지난해 전국 부동산개발 실적은 큰 폭으로 줄었다. 한국부동산개발협회가 발표한 '2023년 부동산개발업 사업실적신고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매출은 28조7153억 원으로 2022년 45조6260억 원 대비 37%가량 급감했다.
건설업계는 주택 공급환경 악화를 공급 절벽의 우선 원인으로 꼽는다. 2021년 이후 부동산 경기는 불황인데 공사비 등 사업 비용은 상승해 사업성이 떨어지다 보니 아예 공사를 시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부동산 PF 시장에선 금융권의 위험 관리 기조로 시행사가 기존 대비 더 많은 이자를 부담해야하고, 아예 자금 조달이 어려운 경우도 많아졌다.
이에 업계는 단기적으로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선 정상사업장의 본 PF 정상화를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견해다.
부동산개발협회는 "인허가에서 실제 착공과 준공까지 기존 계획 대비 더 큰 시차가 발생하고, 사업비용 증가로 분양가가 상승한다"며 "정상사업장의 자금조달을 통해 빠른 착공 등 공급 정상화가 될 수 있도록 금융감독기관의 적극적인 메시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부동산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비아파트 기피가 겹치면서 아파트와 비아파트 모두 착공 물량이 줄어드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21일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1∼5월 빌라 착공 실적은 7836가구로 지난해 대비 39.4% 감소했다.
빌라 착공 급감에는 무엇보다 전세 사기에 따른 빌라 수요 부진이 가장 큰 영향을 줬다. 비아파트 전세 수요가 소형 아파트 전세나 월세 수요로 바뀌면서 비아파트 사업은 난항을 겪고 있다. 빌라는 사업자가 전세나 월세 등 임대수익을 목적으로 짓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빌라 수요가 뚝 끊기자 빌라 신축 사례도 자취를 감췄다. 실제로 2021년에는 빌라 착공 물량이 전국 기준으로 10만 가구가 넘었다. 하지만 전세 사기 영향이 본격화한 지난해에는 2만5000가구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비아파트 값에 직접 영향을 주는 아파트 시장은 수도권에선 반등 조짐을 보이지만, 지방은 여전히 뒷걸음질 중이다. 아파트값이 충분히 올라야 비아파트 시세가 오르는 만큼 지방에선 시세 차익을 노린 비아파트 공급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무주택자의 마지막 보루인 청약마저도 만만찮다. 청약 경쟁률은 둘째치고, 분양가 오름세가 지속하면서 경기지역에서도 국민 평형(전용 84㎡형) 분양가가 12억 원 안팎에 형성되는 등 분양가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은 무엇보다 원자잿값 상승에 따른 공사비 급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시멘트와 철근, 건설 현장 인건비 등이 최근 2~3년간 많이 올랐고 이는 고스란히 분양가에 반영됐다. 한국기술연구원이 집계한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 5월 기준 130.2로 2000년 통계 집계 이후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1년 5월 110.1과 비교하면 18%가량 올랐다. 국토부가 집계하는 기본형 건축비 역시 ㎡당 203만8000원으로 지난해 9월보다 3% 이상 올랐다.
여기에 앞으로 분양가 하락 가능성도 희박하다. 내년 6월부터 민간 아파트 ‘제로 에너지 건축물 인증’ 의무화가 시행돼 추가 공사비 투입이 불가피하다. 중대 재해 예방과 ‘주 52시간’ 노동시간 단축 영향으로 공사 기간이 길어진 것도 공사비용 증가로 이어져 분양가 상승과 직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