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교제폭력에 대한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사회,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받을 수 있는 도움에 대해 정소연 법률사무소 다반 변호사와 함께 자세히 짚어 봤습니다.
Q. 1주일 전 남자친구에게 헤어지자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 날부터 매일 20통씩 수시로 전화를 걸고, 받지 않으면 문자메시지를 보내 “지금 안 만나주면 죽어버리겠다”고 협박합니다. 처음에는 매몰차게 수신을 거부했지만 1주일째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부재중 전화만 120통이 넘어가니 이러다 저를 헤치러 찾아오지는 않을까 두려움이 커지고 있어요. 며칠 전에는 제 친언니에게까지 인스타그램 DM을 보내 저와 만나게 해달라고 했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와 제 가족이 보호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A. 전 애인 간의 관계를 포함하여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신체적·성적·정서적·경제적 폭력을 교제폭력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교제폭력을 별도로 규율하는 법은 없지만 폭력의 행태에 따라 형법상 폭행, 협박, 스토킹 범죄 처벌법등 개별범죄로 처벌받을 수 있고 상담자의 전 남자친구의 경우는 ‘스토킹범죄’에 해당합니다.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스토킹행위를 하는 경우 스토킹 범죄로 처벌되는데 반복된 부재중 전화는 피해자의 휴대전화에서 벨소리나 진동음이 울리고 부재중 전화 문구 등이 표시되어 불안감을 일으키기 때문에 전 남자친구도 그러한 결과 발생을 용인하였다고 보아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상담자분의 가족에게 DM을 보내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게 하는 것도 스토킹 행위에 포함됩니다. 스토킹 피해를 당한 경우 경찰에 신고할 수 있고, 경찰은 즉시 스토킹 행위의 제지, 향후 스토킹 행위의 중단 통보, 스토킹 피해 관련 상담소 또는 보호시설로 인도, 긴급응급조치 안내 등 응급조치를 하고 범죄를 수사해야 합니다.
Q. 결국 우려했던 상황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전 남자친구가 제 집 앞에 찾아와 주차돼 있던 저희 어머니 차의 사이드미러를 발로 걷어차 부수는 등 한바탕 난동을 부렸습니다. 집 안에서 떨고 있던 저는 차마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경찰에 신고부터했는데, 출동한 경찰이 연행해간 뒤 저희 집 근처 100m 이내에 접근하지 못하는 긴급응급조치를 취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하지만 경찰이 실시간으로 그 사람을 감시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언제 다시 찾아올까 두렵기만 해요. 긴급응급조치를 어기고 제 집이나 회사 근처로 찾아와 협박하면 어떻게 추가 대응해야 할까요.
A. 긴급응급조치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스토킹범죄와 별도로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에 바로 신고할 수 있습니다. 또한 스토킹범죄가 재발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잠정조치 결정이 내려질 수 있는데 2024년 1월부터는 재판확정 전이라도 수사·재판단계에서도 스토킹 행위자에 대해서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할 수 있고 피해자에게 일정 거리 이상 접근 시 스토킹 행위자의 위치를 피해자에게 문자로 전송하고 보호관찰소와 경찰에 통지하도록 하는 제도가 시행 중에 있습니다. 잠정조치 중에는 ‘국가경찰관서의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의 유치’도 있는데 한 달 이내이긴 하지만 실제로 구치소에 유치되는 사례도 종종 있습니다.
Q. 법원에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라는 주변의 조언을 들었습니다. 전 남자친구의 폭행•폭언을 증명해야 한다고 해서 누적된 부재중 전화 기록과 언니가 받은 인스타그램 DM 등을 캡쳐했고, 경찰이 출동했던 내역도 서류로 준비했는데요. 이 정도 증거자료면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수 있을까요?
A. 접근금지가처분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끊임없이 접근하는 행위에 대하여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으로 통상 ‘위반행위시 1회당 얼마를 지급하라’라는 간접강제와 함께 신청하는 민사제도입니다. 접근금지 가처분은 피해자가 소송을 통해 신청해야만 하는 제도인데 반해 스토킹처벌법상의 긴급응급조치는 경찰이 직권으로 할 수 있고, 상담자님께서 요청하실 수도 있습니다. 누적된 부재중 전화 기록과 언니가 받은 인스타그램 DM내역, 경찰이 출동했던 내역의 증거자료라면 민사상 접근금지가처분을 신청하실 필요 없이 스토킹처벌법 상 긴급응급조치인 ‘스토킹행위의 상대방등이나 그 주거등으로부터 100m 이내의 접근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등이 가능한 사안으로 즉각적인 조치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Q. 추가적으로 스토킹 범죄에 대해서도 처벌을 받게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변호사 비용이 부담스럽고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드러내는 상담 과정도 쉽지 않게 느껴집니다. 보복을 당할까 두렵기도 하고요. 변호사 비용이나 재판 진행, 신변 보호 등과 관련해 경제적•법률적인 조력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다면 자세히 알고 싶어요.
A. 올해부터 스토킹처벌법에 스토킹 피해자에 대한 국선변호사제도가 도입되어 수사절차에서 참여, 형사재판절차에서의 지원 등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여성가족부에서는 법률사업수행기관을 통해 피해자들이 무료로 법률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스토킹과 교제폭력 피해자에 대해 (사)한국여성변호사회에서 무료법률지원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피해자에 대한 초기 상담부터 피해자 보호조치 청구, 고소장 작성, 수사·재판절차 지원, 민사, 가사 소송 등 법률지원까지 하고 있습니다.
▲ 정소연 변호사
정소연 변호사는 제49회 사법시험(사법연수원 39기)에 합격해 2010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2012년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국선전담변호사, 2018년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 보호정책과장, 2022년 법무부 인권국 인권정책과장으로 근무했다. 현재 법률사무소 다반 대표 변호사로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을 맡고 있으며 형사, 소년, 가사, 노무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