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기후변화에 ‘감자 대기근’ 악몽

입력 2024-04-22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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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4월 중순이면 160곳 파종…올해는 50곳 정도
폭우·브렉시트 따른 종자 공급난 영향

▲루스터 감자. 출처 아일랜드 농민조합(IFA)
▲루스터 감자. 출처 아일랜드 농민조합(IFA)
아일랜드가 감자 농사 흉작 위기에 직면하면서 19세기에 발생한 ‘감자 대기근’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감자 재배 시즌이 시작했지만, 상당수 농부는 최근 폭우로 인해 아직 파종도 하지 못했다. 통상 4월 중순이면 아일랜드 160곳의 재배지가 이미 파종을 하고 재배에 들어가는데, 최근 폭우로 현재까지 50곳 정도만 파종을 시작했다.

아일랜드 농민조합(IFA) 감자위원회의 션 라이언 위원장은 “파종은 손도 못 대고 있다”며 “30년 넘게 농사를 짓고 있지만, 올해와 같은 상황은 처음”이라고 한탄했다. 농업 컨설턴트인 리처드 해켓은 “현 상황이 기후변화 영향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매우 태만한 것”이라며 “예년보다 우기와 건기 모두 더 길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로 종자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아일랜드는 영국 스코틀랜드로부터 씨감자를 들여와 재배한다. 하지만 브렉시트 영향으로 현재는 가공을 위한 감자 수입만 가능하다고 FT는 전했다.

아일랜드가 ‘루스터(Rooster)’로 불리는 단일 품종에 의존하고 있는 점도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루스터는 성장기가 매우 길어 우기에 접어들거나 조금만 늦게 심어도 재배가 어려운 경향이 있다고 한다.

아일랜드는 1인당 연간 감자 소비량이 94kg으로 세계 평균의 거의 3배에 달할 정도로 감자 수요가 크다. 감자 공급 부족으로 인한 대기근을 경험한 적도 있다. 과거 1845년부터 시작된 병충해가 아일랜드 전역을 휩쓸면서 발생한 대기근으로 100만 명이 사망하고 2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굶주림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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