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16 판매 금지령을 내린 인도네시아에 현지 투자금을 10배로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아이폰16 판매 금지령 해제를 설득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에 대한 투자 제안액을 1억 달러(약 1391억 원)로 제시했다.
이 제안에 따르면 애플은 향후 2년간 인도네시아에 1억 달러를 투자하게 된다. 앞서 블룸버그는 애플이 수도 자카르타 남부의 반둥에 액세서리와 부품을 만드는 공장에 약 1000만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보도한 것을 감안하면 투자액을 10배 증액한 것이다. 다만, 애플이 제시한 증액된 투자금이 어디에 쓰일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인도네시아 산업부는 애플로부터 증액 투자 제안서를 받은 후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산업부가 지난달 애플에 자국 내 스마트폰 연구·개발(R&D)에 더 집중하도록 투자 계획을 변경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앞서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달 애플 현지 법인이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현지 생산 부품이 40% 이상 포함돼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아이폰16의 판매를 차단했다. 특히 애플이 개발자 아카데미를 통해 인도네시아에 1조5000억 루피아(약 1321억 원)만 투자해 애초 약속한 1조7000억 루피아 투자액도 채우지 못했다는 게 인도네시아 정부 측의 입장이다.
인도네시아의 이번 조치는 프라보워 수비안토 신임 대통령 정부가 국내 산업 부양을 위해 해외 기업들에 현지 제조업을 늘리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이번 투자금 증액은 인도네시아의 이러한 강경 대응전략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기업에 대한 인도네시아의 강경 대응 전략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달 초 인도네시아 정부는 과거 투자 부족을 이유로 알파벳의 구글 픽셀폰 판매를 금지했다. 지난해에는 값싼 중국산 제품으로부터 자국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바이트댄스의 최대 숏폼 콘텐츠 플랫폼 틱톡을 차단하기도 했다. 결국, 틱톡은 현지 소매 영업을 재개하기 위해 현지 기술기업인 고토(GoTo)의 전자상거래 부문인 토코피디아(Tokopedia)와의 합작 투자 형태로 15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애플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에 인도네시아는 포기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일단 인구가 2억7800만 명에 달하는 데다, 그중 절반 이상이 44세 미만의 기술 친화적 소비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정부의 강경 전략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인도네시아의 강경 전략은 다른 기업들이 인도네시아에서 사업을 확장하거나 진출하는 것을 주저하게 할 위험이 있다”면서 “또한 경제 성장과 정책 지출을 위한 해외 투자를 유치하려는 정부 목표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