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찾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 아파트는 이른 시간임에도 무척이나 들뜬 분위기였다. 전날 재건축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경관심의안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문턱을 넘으면서 재건축 시계가 다시 빠르게 돌기 시작해서다. 단지에서 만난 주민들은 대부분 이번 소식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은마아파트에 28년째 거주하고 있는 A씨는 “올해 8월 폭우가 내렸을 때 천장 한가운데서 물이 새서 곤욕을 치렀다. 우리집뿐만 아니라 전체 500가구가 넘게 피해를 봤다”며 “계획안이 통과돼 마음이 후련하고, 남은 절차도 빠르게 진행돼서 이제는 정말 좋은 환경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로 10년차인 입주민 B씨는 “은마 아파트는 그동안 재건축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어제처럼 실감이 났던 적은 없었다”며 “최근 추진위원회 임원도 바뀌고, 주위 이웃들 분위기도 좋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재건축은 이젠 너무 진부해진 이야기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입주한 지 30년이 된 C씨는 “예전부터 줄곧 나왔던 이야기라 감흥이 없어졌다”며 “젊은 사람들은 빨리하고 싶겠지만, 이제는 나이가 들어 큰 관심사가 아니다”고 말했다.
1979년 준공된 은마아파트는 28개 동, 4424가구로 강남의 대표적인 노후 대단지 아파트다. 1996년 재건축 조합설립 추진위원회 발족 이후 계속해서 재건축에 문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실패해 왔다.
그러나 전날 정비계획안이 통과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은마아파트는 재건축을 통해 최고 35층, 33개 동, 5578가구(공공주택 678가구)로 탈바꿈한다. 건폐율 50% 이하, 상한 용적률은 250% 이하가 적용된다. 공공기여 정책에 따라 보차혼용 통로를 만들고 근린공원(1만3253㎡)과 문화공원(4081㎡)도 조성된다. 아울러 공공청사(파출소)도 들어선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기대감은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일찌감치 문을 연 상가 내 공인중개사무소 곳곳에서는 전화벨이 울렸다.
대치동 E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어제 소식이 돌자마자 하루도 안 됐는데 매수 문의 전화가 많이 오고 있다”며 “아침에도 한 주민이 찾아와 매수자가 있는지 확인하고 갔다”고 귀띔했다.
대치동 C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역시 “어제 손님들에게 계획안이 통과된 게 확실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지금은 직후라 문의 전화가 덜한데 앞으로 점점 더 많아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은마아파트는 이제 재건축 첫걸음을 밟은 만큼 조합설립 등 곧바로 다음 절차를 밟는다는 계획이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 관계자는 “계획안이 통과됐으니 이제는 내년 조합설립인가를 목표로 주민 동의서를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