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주인 없는 회사'라는 꼬리표를 떼게 됐다. 무려 20여 년간 이어진 매각 작업 끝에 한화 품에 안기게 됐으나, 여전히 넘어야 할 난관은 '첩첩산중'이다. 대우조선해양이 고난의 매각사를 극복하고 한화 품에 무사히 안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산업은행은 26일 대우조선과 한화그룹이 2조 원의 유상증자 방안을 포함한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MOU에 따라 한화그룹은 대우조선 앞으로 2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49.3%의 지분과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한화는 2008년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려다가 무산된 바 있다. 당시 한화는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주식 9639만 주를 6조3002억 원에 사들이기로 하고 이행보증금 3150억 원도 우선 지급했다.
'육해공 통합 방산시스템'을 꿈꿨던 한화는 대우조선 인수에 적극적이었으나 복병이 등장했다. 글로벌 외환위기가 터진 것이다.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한화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기했고, 2009년 6월 계약이 최종 결렬됐다. 이후 한화는 이행보증금 반환 여부를 두고 산업은행과 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이후 지지부진했던 대우조선 민영화 작업은 2018년 재논의됐다. 현대중공업그룹과의 '빅 딜(big deal)' 방식이었다. 당시 산은이 국내 조선업 불황 원인이 국내 '빅3'간 내부 경쟁과 저가 수주라는 지적이 판단하에 국내 조선산업을 '빅2'로 재편하려는 계획을 세운 데 따른 것이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조선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까지 새로 출범시키는 등 매각 작업은 한동안 순조롭게 진행됐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 독점을 이유로 인수를 불허하면서 대우조선해양 매각은 또다시 불발됐다.
이후에도 방산에 속하는 특수선 부문과 상선 부문을 분리매각하는 방안 등이 추진됐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결국, 13년 만에 한화가 다시 대우조선해양을 품게 됐다. 다만 이번 매각은 인수 예정자를 선정해 놓고 별도로 공개 경쟁입찰을 진행하며, 입찰 무산 시 인수 예정자에게 매수권을 주는 스토킹호스(Stalking Horse) 방식이다. 만약 한화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회사가 있으면 계약자가 바뀔 수도 있다.
산은은 매각 이후에도 대우조선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최대한의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