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서대문 1% 이상 급등 과열
평균 보증금도 전년비 66만원↑
매매·전세는 거래 줄고 가격 하락
서울 아파트 거래에서 월세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매매와 전세 시장이 부동산 경기 침체로 거래량이 줄고, 가격이 하락하는 등 부침을 겪고 있는 것과 정반대 상황이다.
1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월세(순수 월세 기준)가격지수는 0.26% 상승한 103으로 나타났다. 이 지수는 지난해 6월 서울 아파트 월세를 100으로 환산했을 때 최근 가격이 얼마인지 나타내는 수치다. 서울 월세가격지수는 지난해 7월 0.21% 상승을 시작으로 13개월 연속 상승 중이다.
서울 내 지역별로는 총 25개 자치구 중 4곳(종로·은평·양천·강동구)을 제외하고 전 지역에서 상승세를 기록했다. 강북구(1.27%)와 서대문구(1.34%)는 지난달 1% 이상 월세가 급등하는 등 과열 현상을 나타냈다.
이렇듯 월세가 많이 올랐지만, 수요는 끊이지 않는다. 아파트 기준 월세수급동향지수는 지난달 서울 기준으로 100.1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100보다 작으면 월세 거래가 한산함을, 100보다 크면 거래가 활발함을 뜻한다. 경기와 인천까지 포함한 수도권은 지난달 101.3으로, 4월 이후 넉 달 연속 100 이상을 기록했다.
실제로 서울 내 주요 주거 단지 월세는 우상향 중이다. 이날 KB부동산 시세 기준,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면적 84㎡형 월세는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365만 원부터 385만 원 선이다. 같은 평형은 지난해 8월 20일 기준 보증금 1억 원에 월 345만 원부터 390만 원에 시세를 형성했다. 1년 새 최소 월세가 20만 원 오른 것이다.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용 84㎡형 역시 지난해 8월 20일 기준 보증금 2억 원에 월세 277만 원부터 시작했지만, 9일 기준 최소 월세는 280만 원부터다. 실거래가 역시 많이 올랐다. 해당 평형은 지난해 9월 보증금 3억 원에 월세 245만 원에 계약서를 썼지만, 지난달 18일에는 보증금 3억 원에 월세 270만 원에 계약했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목돈이 부족한 신혼부부나 젊은 고객들은 전세 대신 월세를 먼저 보여달라는 경우도 많다”며 “전세 대출 금리가 5% 수준으로 치솟았고, 대출도 까다로워져 전세보다 월세 수요가 더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월세가 급등하면서 평균 보증금과 월세 수준도 연초 대비 많이 올랐다. 부동산원이 집계한 평균 월세 보증금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 보증금은 2억417만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8월 평균 보증금(2억351만 원)보다 66만 원 오른 금액이다. 지난 1월 2억456만 원보다는 약 39만 원 낮아졌지만, 최근 집값 내림세에도 월세 보증금은 오히려 오르고 있다. 아울러 월세도 덩달아 올랐다. 평균 월세는 지난해 8월 122만2000원에서 1년 만에 126만2000원으로 4만 원 상승했다.
월세 상승 원인에 대해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금리 인상으로 전세자금대출 이자 부담이 늘어난 세입자들이 월세를 선호하는 수요 확대와 임대차3법에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늘어난 집주인의 월세 전환 사례가 늘어나 공급 확대가 이어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 늘어난 전세 사기 불안 심리도 월세 수요를 부채질하고 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직방’이 13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월세를 선호하는 임차인(세입자) 1154명이 꼽은 월세 장점 중 2위는 ‘사기 등으로 전세 보증금을 떼일 부담이 적어서’가 20.7%로 집계됐다. 2020년 조사에서 해당 이유를 꼽은 비율은 11.4%에 불과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당분간 월세를 선호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