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동방항공이 한국인 승무원 73명에 대해 정규직 계약 갱신을 거절한 것은 부당해고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재판장 정봉기 부장판사)는 한국인 승무원 70명이 중국동방항공공사 한국지점을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소송에서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중국동방항공 한국인 승무원 해고가 무효라는 것이다. 또한 재판부는 사측이 해고 이후 임금 35억 원을 지급하라고도 했다.
재판부는 "중국동방항공의 근로계약 갱신 거절은 법에 어긋난다"며 "승무원들에게는 갱신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한 "중국동방항공은 외국인 승무원 중 특정 기수의 한국인 승무원 일부에 대해서만 차별적으로 갱신을 거절한 것이고, 나머지 국적의 승무원은 계속 고용을 유지하고 있다"며 "근로계약 갱신 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승무원 측 소송 대리인인 최종연 변호사는 "이전에는 한국인 승무원이 원하면 정규직 전환이 보장됐고, 채용 당시 근로계약서에도 항공경기가 현저히 악화되지 않는 한 정규직 전환이 된다고 써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재직 중 체결된 두 번의 근로계약서에서 하나는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정규직 계약 갱신 기대권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법원에서 한국인 승무원에 대한 정규직 전환이 기정 사실화 돼왔던 만큼 계약갱신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이를 저버린 것은 부당해고라는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최 변호사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행이 중단되기 전에 한국인 승무원들은 중국동방항공이 도입한 최신 항공기 교육을 이수하는 등 정규직 전환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법원이 코로나19로 항공경기가 악화돼 정규직 전환을 할 수 없었다는 사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소송 과정에서 중국동방항공은 "전체 승무원 중 한국인이 210명으로 규모가 가장 커서 정규직 계약 갱신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최 변호사는 "한국인 승무원의 고용 목적은 다른 국적의 승무원과 다르고, 한국인 승무원이 코로나19 이후 중국 국내선에도 탑승한 만큼 다른 방식으로 고용 유지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인 승무원 측 대표 원고인 오혜성 씨는 "현명한 판결을 내려준 법원에 감사하다"며 "중국동방항공은 해고 무효 판결을 엄중히 받아들여 반성하고 즉시 판결을 이행하라"고 밝혔다.
중국동방항공은 2018년 3월 12일 2년 계약으로 채용한 한국인 기간제 승무원 14기 전원(73명)에게 2020년 3월 11일자로 계약 기간이 만료돼 해고한다는 사실을 일방 통보했다. 중국동방항공 제14기 대책위원회 소속 70명은 2020년 4월 사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도중 재판부가 두 번 교체되고 화해 권고 결정이 무산돼 2년 6개월 만에 선고가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