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일본, EU 등 LNG 확보 경쟁
중국, 지난해 세계 1위 LNG 수입국
코로나19로 주춤하지만, 회복하면 경쟁 격화 불가피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에 이어 유럽연합(EU)까지 에너지를 비축해둘 것이라는 우려 속에 한국과 일본 전력회사들이 더 많은 LNG 구매 계획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동아시아 국가들뿐 아니라 인도나 태국 등 다른 국가들도 LNG 부족 문제를 피하고자 조달에 힘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주와 미국의 경우 이미 공급 차질이 빚어지면서 비상에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문제는 러시아 국영 에너지회사 가스프롬이 전날 독일로 향하는 천연가스 송유관인 ‘노르트스트림1’ 가동을 추가로 중단한다고 밝히면서 심화하고 있다. 이미 지난달 설비보수를 이유로 노르스트림1을 통한 공급량을 40%로 낮췄던 가스프롬은 남은 공급량의 절반을 추가로 줄이기로 했다.
천연가스는 발전과 난방의 핵심 연료로, 가스 가격 상승은 전 세계에 더 높은 인플레이션을 위협할 수 있다. 당장 지금 가격대에서도 파키스탄이나 방글라데시,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들은 부담스러워하는 실정이다.
더군다나 이미 최고가로 거래되는 LNG를 놓고 유럽과 아시아가 본격적으로 다투기 시작하면서 가격이 추가로 치솟을 조짐을 보인다. 현재 시장에선 아시아 LNG 현물 가격이 100만 BTU 당 40달러 중반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인 3월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문제는 지난해 세계 최대 LNG 수입국이었던 중국이 아직 경쟁에 뛰어들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중국은 LNG 경쟁 구도에서 눈에 띄게 차분한 상태다. 중국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로 주춤한 탓이다. 대신 당국은 석탄 발전에 의존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첫 6개월 동안 중국의 LNG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대로면 지난해 세계 1위 수입국 자리를 올해 다른 국가에 내줄 수도 있다.
트라이던트LNG의 토비 콥슨 트레이더는 “겨울용 구매가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중국 기업들이 현물 시장에서 LNG를 구매하지 않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이는 중국이 에너지 공급에 압박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분간은 국내 석탄으로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름철이 지나 날씨가 급격히 추워지거나 중국 경제가 반등해 LNG 수요가 회복할 경우 얘기는 달라진다. 블룸버그는 중국 내 수요가 갑자기 반등하면 전 세계적인 LNG 부족 문제를 악화시켜 가격이 성층권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장 6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2를 기록해 4개월 만에 경기 확장 국면으로 전환했다. 당시 국가통계국은 “전염병 예방과 통제 상황이 지속해서 좋아지고 있고 경기부양책 효과도 나오면서 경제 회복이 빨라졌다”고 총평했다.
사만다 다트 골드만삭스 천연가스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수요 회복으로 아시아 지역의 LNG 경쟁은 심화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유럽으로 향하는 공급분이 줄어들게 되고, 겨울이 오기 전 비축분을 안전한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유럽은 수요를 더 줄여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