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노사 합의해도 무용지물…'원청은 책임지지 않는' 구조 고쳐야

입력 2022-07-20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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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회계 사태발 구조조정, 하청 근로자 임금 삭감으로…대주주 산은은 뒷짐

▲20일 오후 민주노총 금속노조 경남지부 영남·호남권 조합원들이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정문 앞에서 정부의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현장에 대한 공권력 투입을 저지하기 위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뉴시스)
▲20일 오후 민주노총 금속노조 경남지부 영남·호남권 조합원들이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정문 앞에서 정부의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현장에 대한 공권력 투입을 저지하기 위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뉴시스)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소속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금속노조 조합원들의 파업 장기화에 ‘정부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하청업체의 매출액인 도급단가를 원청업체인 대우조선과 그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통제하는 상황에서 하청업체 노사 간 협상은 한계가 분명해서다.

20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대우조선 사내하청업체 노사는 15일부터 교섭을 진행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공권력 투입’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협상을 급물살을 탈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아직 ‘진전’이라고 평가할 만한 결과물은 없는 상태다. 전날 하청업체 노사 간 중재를 위해 대우조선을 방문했던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이날 재차 대우조선을 찾았다.

◇노동계는 ‘원인만’, 정부는 ‘결과만’

대우조선 파업 사태는 일반적인 노사갈등과 다르게 구조적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산업은행이 대주주인 대우조선은 2015년 분식회계 사태에 이은 조선업 불황으로 경영난에 직면했다. 이에 정부는 총 7조1000억 원을 투입해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대우조선은 하청업체에 지급하는 도급단가를 동결하거나 삭감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는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임금 정체·삭감으로 이어졌다. 대우조선 하청업체 노조는 2015년 이후 실질임금이 30% 삭감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하청 노조의 요구는 임금 ‘인상’보단 ‘복구’에 가깝다.

특히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저임금 고착화로 조선업 인력 유출이 심해지면서 남은 근로자들은 ‘일은 느는데, 임금은 줄어드는’ 상황에 신음하고 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2015년 7만 6098명이던 거제지역 조선업 근로자는 2022년 2월 기준 3만 6078명으로 ‘반토막’ 났다.

반면, 정부는 대우조선 파업의 결과만 따지고 있다. 파업 조합원들의 도크 점거로 건조 중이던 선박 3척의 진수·건조작업이 중단되면서 매일 259억 원의 매출 손실과 57억 원의 고정비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명백한 불법’으로 규정하고, 연일 강경대응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아직 취임하지도 않은 경찰청장 후보자(윤희근)가 19일 대우조선 파업 현장을 방문한 것도 이런 인식의 연장선상이다. 파업이 원인을 만든 기획재정부와 산업은행은 빠진 채 ‘권한 없는’ 고용부 장관 홀로 노사 간 협상을 중재하고 있다.

◇“하청업체 아닌 원청업체가, 근본적으로 산업은행이 나서야”

전문가들은 파업의 원인을 외면하는 정부의 태도를 지적하고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우조선 경영구조가 공기업과 같다. 임금이나 도급단가를 인상할 때 산업은행과 정부의 눈치를 본다”며 “이 과정에서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이 제한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노사가 임금 인상 등 합의를 이룬다고 해도 원청인 대우조선이 도급단가를 인상하지 않으면 합의안은 무용지물이 된다. 이 교수는 “하청 노사에 그친 합의는 이행이 어렵다”며 ”근본적으로는 진짜 사장인 대우조선, 산업은행과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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