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자들의 믿음에만 의존하는 시스템 한계”
바이낸스는 루나 상폐 결정
의회는 물론 옐런 장관도 예의주시…관련 규제 나올 수도
최근 주식에서부터 채권, 원자재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이 위기에 빠진 가운데 그중에서도 가상자산 시장의 불안이 극도로 커졌다. 그야말로 전면적인 공황상태다. 가상자산 시장의 공황상태는 이제 일부 투자자의 '패닉'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국 정부와 의회의 관심까지 끄는 사안이 됐다고 12일(현지시간) CNN방송이 보도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3일 오후 2시 한국 시간 기준 1달러로 가치가 고정돼 있어야 할 UST는 0.17달러 선을 나타내고 있다. 시가총액 기준 1위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도 한때 달러 가치와의 연동 지키지 못하는 '디페깅' 현상 일어나 투자자들을 패닉에 몰아넣었다. 현재는 0.9979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 충격에 비트코인 가격도 한때 2만5000달러 선까지 후퇴하기도 했다. 이후 테더 가치가 회복되면서 이더리움과 리플 카르다노, 솔라나 등 다른 가상자산도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달러화에 고정돼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설계됐다는 평가와 함께 폭풍 성장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시가총액은 올해 3월 기준 1800억 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모든 스테이블코인이 이름처럼 '안정적'인 것은 아니다. 스테이블코인도 유형별로 여러 종류로 나뉜다. 일반적 스테이블코인은 코인 발행·관리의 주체가 스테이블코인 발행만큼 현금이나 채권 등 현금성 자산을 예치해 놓고 코인의 가격을 1달러에 고정되도록 설계된다. 스테이블코인 시장 1위 테더(USDT)와 2위 USD코인(USDC)이 대표적인 예다.
이번에 문제가 된 UST는 이와 다른 방식으로 달러 페깅을 유지한다. UST는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으로 1달러 페그를 유지하기 위해 스테이블 수급에 따른 차익 거래를 활용한다. 즉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테라의 네이티브 토큰인 루나와 UST를 교환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UST의 가격이 1달러를 초과한 1.02달러가 되면 차익 거래자는 루나를 1UST로 바꾸고 0.02달러 차익을 얻는다. 반대로 1달러보다 아래인 0.98달러로 떨어지면 1UST를 1달러어치의 루나로 바꾸고 0.02달러를 얻는다.
문제는 달러나 현금 등가물에 유지되는 일반적 스테이블코인과 달리 UST와 같은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은 전체 생태계가 투자자들의 신뢰에 의존한다는 점이라고 CNN은 지적했다. 즉 테라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면 이 모든 베팅이 중단된다는 것이다. 이번 루나 폭락 사태는 해당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을 패닉으로 몰고 간 영향이다.
매트 레바인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투자자들이 갑자기 아침에 일어나서 '이 모든 것이 가치가 없다'고 말할 수 있고, 한순간에 루나와 UST를 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루나와 UST를 발행하는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는 12일(현지시간) 두 코인의 폭락 사태에 거래를 일시 중단했다가 다시 네트워크를 재가동하기도 했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는 13일 공지사항을 통해 루나를 상장 폐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테더(USDT)와 같은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도 한때 혼선을 빚었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번 폭락사태로 미국 당국의 스테이블코인 시장 전반에 대한 규제가 나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루나·UST 폭락 사태가 글로벌 가상화폐 시장에 충격파를 일으키자 11일 미국 의회에서는 규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도 10일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UST 폭락 사태를 언급하며 "(스테이블코인은) 급격히 성장하는 상품이며 금융 안정성에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