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검언 유착’ 사건과 관련해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을 수사한 검찰이 사건 관계자들의 진술과 녹음 파일 등을 두루 살폈으나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찾지 못했다.
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검찰은 불기소 결정문에서 “수집된 증거를 종합적으로 살펴봤을 때 피의자가 협박 취재를 공모하였음을 추단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먼저 강요미수 혐의의 주범으로 지목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한 검사장과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 전 기자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한 검사장과 친분을 과시한 사실이 있을 뿐,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를 위협해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관련 제보를 받기로 공모한 사실은 없다고 꾸준히 진술해왔다.
검찰은 한때 한 전 검사장의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거로 지목됐던 ‘2020년 2월 13일 부산고검 녹음 파일’에도 강요나 협박을 공모한 대화는 없었다고 판단했다.
녹음 파일에서 한 검사장은 이 전 기자가 신라젠 취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자 “기본적으로 서민 다중 피해가 발생한 사건이고, 수사하다 보면 센 사람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전 기사가 유시민 전 이사장을 언급했지만 ”유시민이 뭘 했는지 모르고, 금융 범죄를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며 선을 그었다.
검찰은 이 전 기자가 이철 전 대표의 대리인이자 ‘제보자X’로 알려진 지모씨를 만나 제보를 유도하며 제시한 ‘검찰 관계자와의 통화 녹취록’도 한 검사장의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해당 녹취록은 이 전 기자가 메모 형식으로 작성한 것을 후배 기자에게 메시지로 전달한 것이어서 재전문 진술에 해당하는데, 이 전 기자가 메모 내용이 허구라고 주장하고 있어 증거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증거 능력 인정 여부와 무관하게 해당 녹취록을 보더라도, 한 검사장은 ‘내부 제보가 사법 절차 내에서 수사팀과 수사받는 당사자에게 모두 도움이 된다’는 취지의 언급만 했을 뿐, 강요나 협박으로 받아들여질 만한 표현은 없었다고 봤다.
검찰은 이 밖에 △이 전 기자가 이철 전 대표에게 보낸 편지 △이 전 기자와 대리인 지씨의 대화 녹취록 △기타 사건 관계인들의 진술 등을 두루 살폈으나, 한 검사장이 이 전 기자와 범행을 공모한 구체적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종합해 검찰은 한 검사장이 이 전 기자 등과 함께 소위 ‘검언유착’으로 불리는 ‘협박 취재’를 공모했음을 입증할 증거가 충분치 않아 혐의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피의자가 공모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이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 사실을 통해 혐의를 입증할 수밖에 없는데, 확보된 증거로는 이것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2년간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은 전날 한 검사장에 대해 “확립된 공모공동정범에 관한 법리, 증거 관계상 공모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혐의없음 처분했다.
한편 한 검사장에 대한 검찰 수사는 2020년 4월 민주언론시민연합이 MBC의 ‘검언유착’ 보도를 근거로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을 강요미수 혐의로 고발하며 시작됐다.
‘신라젠 사건’과 관련해 이 전 기자가 한 검사장과의 친분을 내세우며 이철 전 대표 측 ‘제보자X’에게 유시민 전 이사장 등 여권 인사의 신라젠 연루 의혹을 제보하도록 강요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의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