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를 미끄러지듯 선박 한 척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연기관 선박에서 나는 소음은 거의, 매연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이달 3일 울산 장생포항. 이곳엔 레저 선박인 수소 선박인 빈센의 하이드로제니아호와 에이치엘비의 블루버드호가 함께 정박하고 있었다. 카키색 계열의 하이드로제니아호에 몸을 실었다.
바다낚시와 해상풍력 취재 등으로 비슷한 크기의 내연기관 선박을 경험했던 터라 이렇게 조용할 수 있나란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벙커시유를 때고 나오는 기분 나쁜 매캐한 매연 냄새가 안 난다는 것도 바다에서 느끼는 자연이 주는 여유(?)를 잠시나마 만끽하게 해줬다.
우리나라는 수소를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개발하고 있다. 탄소 중립 등 안전하고 깨끗한 미래 에너지원으로 수소는 매력적이다.
국제해사기구(IMO)에 따르면 전 세계 해상운송업계는 연간 11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선박의 연료를 수소로 하면 이 많은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IMO는 선박의 연간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2050년까지 2008년 대비 50% 이상 감축하는 강도 높은 목표를 설정했다.
장생포항에 있는 이 수소 선박들은 우리나라 최초의 수소 선박이다.
플라스틱 재질로 만든 블루버드호와 알루미늄합금으로 제작한 하이드로제니아호의 정격 출력은 25㎾, 운항시간은 6시간(연료전지) 플러스 2시간(배터리) 등 8시간, 속도는 10노트(19㎞/h)로 같고 크기도 비슷했다. 정원은 블루버드호 8명, 하이드로제니아호 6명으로 약간 차이가 났다.
우리의 첫 수소 선박의 시작은 속도, 운항시간, 승선 인원 등 면에서 아직 미약하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연료전지의 규모와 효율을 늘리면 해결할 수 있는 기술적 부분에 불과하다.
두 회사 모두 대형 수소 선박 제작 계획을 지니고 있다. 정착 어려움은 관련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나마 다행은 2019년 울산이 규제 자유 특구로 지정돼 기업들이 규제에서 자유롭게 연구개발을 할 수 있다.
노철민 에이치엘비 기술연구소 팀장 “수소 선박 관련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며 “관련 법이 언제 나올지 몰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며 빨리 법이 만들어지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