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직접 특별방역점검회의를 주재했다. 대통령까지 나선 것을 보면 현재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
우리 사회는 위드 코로나를 제대로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 위드 코로나 전환을 발표할 때도 확진자가 2000명을 오르내렸다.
위드 코로나 시행 한 달, 일일 확진자가 4000명을 넘기도 한다. 사망자와 위중증 환자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병상이 부족해 코로나에 걸려도 집에서 대기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수도권에는 1200명이 넘는 환자들이 병상을 기다리고 있다.
같이 사는 가족 중 한 사람이 양성판정을 받았더라도 백신 접종을 완료했고, PCR(유전자증폭) 검사 결과 음성이면 2주간 자가격리 없이 출근이 가능하다. 학교도 간다.
팬데믹 공포는 다시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보다 5배 이상 전염성이 강하고 현존하는 백신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오미크론’이 출현했다. 유럽 각국은 재봉쇄에 돌입했다.
우리 정부만 느긋하다. 위드 코로나 2단계를 유보하는 대신 특별방역대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특별방역대책이랄 것도 없다. 정부는 위드 코로나 1단계에서 사적 모임 완화, 전면 등교 등 많은 것을 허용했다. 이 때문에 2단계 시행 유보는 사실 큰 의미가 없다.
특별방역대책은 방역 강화보다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췄다. 18세 이상 성인의 백신 3차 접종(부스터샷)을 추진하고, 청소년들의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기로 했다. 5~12세의 백신 접종을 신속히 검토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위드 코로나 이전 단계로 절대 돌아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어디서 오는 자신감인지 되묻고 싶다.
무엇보다 정부는 전면등교를 유지했다. 전면등교를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하루평균 414명의 학생이 양성판정을 받는데도 말이다.
정부는 전면등교를 유지하는 대신 백신 접종을 권장했다. 이상하다. 9월까지만 해도 이득이 크지 않아 12~17세 청소년의 백신 접종을 강제하거나 유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었다.
위드 코로나 전환으로 확진자가 폭증하자 슬그머니 태도를 바꾸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접종 편의성을 높이겠다’며 은근히 압박하기 시작했다. 애초 청소년들의 백신 접종 완료율이 20%에 머문 것은 접종 방식이 불편해서가 아니다.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나 인과 관계 인정에 소극적인 정부를 학부모들이 믿지 못해서다.
불신이 팽배한데 이제는 5~12세의 백신 접종 카드까지 들고 나왔다. 학원 등 청소년 백신(방역) 패스도 곧 도입할 기세다.
현재 12세 미만의 초등학생들은 백신 접종 대상자도 아닌데 모두 학교에 간다. 한 반에 20~30명씩 다닥다닥 붙어 매일 수업을 하고 급식을 먹는다. 확진자가 나와도 같은 반이 아니면 정상 등교를 한다.
정부는 학력 격차가 점차 커지고 돌봄 공백이 계속되기 때문에 전면등교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학력 격차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사교육 시장이 있는 한 학력 격차는 있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코로나로 인해 더 벌어진 격차를 어떻게 줄이느냐이다.
방법은 정부가 찾아야 한다. 그래서 국민이 세금을 내는 것이다. 예컨대 원격 수업의 질을 높인다든지 교사들의 행정 업무 부담을 줄여 방과 후나 방학 중 보충수업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돌봄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숙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해 아이들을 효과적으로 분산시키는 게 전면 등교를 고집하는 것보다 낫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아이나 어른이나 마찬가지다.
지금 코로나19 방역을 강화하지 않으면 더욱 힘든 상황이 올 수 있다. 소상공인들에게 더 큰 고통의 시간이 될 수 있다.
국가적 위기일수록 국민은 정부에 기댈 수밖에 없다. 정부가 현실을 직시하고 중심을 바로잡아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를 마주하는 데 있어 잦은 말 바꾸기와 안일한 태도는 혼란만 초래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