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ㆍ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필수 의약품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도 바이오의약품 분야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26일 발표한 ‘전 세계 의약품 공급망의 변화와 우리 수출의 경쟁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지난해 한국의 바이오의약품 수출은 전년 대비 139.1% 증가한 51억 달러를 기록했다. 수출 순위도 9위에서 7위로 두 계단 상승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수출경쟁력 지표가 크게 개선되면서 미국, EU, 중국, 일본 등 경쟁국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백악관이 지난달 발표한 공급망 분석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원료의약품 제조시설 중 73%가 해외에 있어 필수 의약품 공급망의 해외의존도가 매우 높고 위험에 취약하다. 이에 따라 미국은 필수의약품의 자국 내 생산을 확대하고 재고를 확보하며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바이오의약품을 중심으로 제조 역량을 갖춘 우리나라에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최근 글로벌 의약품 시장의 중심이 합성의약품에서 바이오의약품으로 이동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바이오시밀러 분야의 개척자로서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서다. 수출경쟁력 측면에서도 미국, 중국, 일본 등 경쟁국보다 바이오의약품에서 우위를 보인다.
또한, 미국 등 동맹국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우리 기업의 글로벌 역량 축적, 거대 신시장 확보, 중국의 추격 저지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서는 기대했다.
김경훈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세계 2위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고 세계적 기업과 백신ㆍ치료제 위탁생산 계약을 다수 체결하는 등 세계적 수준의 제조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기회 삼아 우리나라가 첨단 의약품의 글로벌 생산기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더 적극적인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하는 한편, 정부 지원과 민간 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신약개발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정부 규제를 지속해서 개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