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인프라 이니셔티브 창설…TF 구성키로
강제 노동 규탄 등 대중 강경 대응선 온도차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백악관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틀째인 이날 정상들이 중국의 현대판 실크로드인 ‘일대일로’에 대항할 새로운 인프라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제창한 새로운 이니셔티브는 ‘세계를 위한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 for the World·B3W)’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개발도상국과 신흥국들의 인프라 개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구상이다. 백악관은 “40조 달러(약 4경4660조 원) 규모의 개도국 인프라 수요를 지원하기 위해 G7을 포함한 주요 민주주의 국가들이 주도하는 것”이라면서 “높은 기준의 가치를 향한 투명한 인프라 협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G7은 물론이고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국가들과 더욱 강력하고 전략적인 협력을 형성하고 조율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G7 정상들은 새 B3W 구상에서 △기후변화 △건강 및 의료 보장 △디지털기술 △성 평등을 중점 분야로 삼기로 합의했다. 전력, 의료, 통신, 교육 등을 염두에 두는 것으로 보인다. G7의 이념에 따라 투명성과 인권, 환경에의 대응 등을 고려해 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구체적 내용은 13일 발표될 공동 선언에 담길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이번 B3W는 동맹국과 협력을 통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부터 추진해 온 중국과 중앙아시아·유럽을 잇는 광역경제권 구상 ‘일대일로’에 맞서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철도, 항만 고속도로 등에 대한 수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을 뼈대로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에 투자하면서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중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대일로 관계국에 대한 중국의 투자액은 전년 대비 18% 증가한 177억 달러였다. 현재 199개국이 중국과 협력 체계를 구축했으며, G7 국가에서도 이탈리아가 여기에 참여하고 있다.
일대일로를 통해 중국이 다른 나라를 ‘빚의 함정’에 빠뜨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개도국들이 천연자원과 항만 등 인프라 권익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상환하지 못하면 중국 측에 지분을 양도하거나 군사적 협력을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불투명하고 강압적 방식의 운영을 통해 민주적이고 규칙에 따르는 국제 질서를 훼손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다만 강경일변도로 나가는 미국과는 달리 유럽은 대중 강경책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등 온도차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은 “유럽이 중국에 대해 한층 더 철저한 검토를 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음을 나타내는 신호는 있으나, 바이든 미국 대통령만큼 중국을 냉정하게 바라보지는 않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 등을 고려해 과도하게 압박하거나 강하게 자극하는 데 우려를 표하는 움직임도 감지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신장 위구르족과 소수민족에 대한 중국의 강제 노동 관행에 대해 공개적으로 규탄하는 내용을 싣고자 했으나, 일부 유럽 국가는 중국과의 분열을 우려해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중국을 겨냥한 이번 새 인프라 이니셔티브가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