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선변호인' 군 법무관, 피해자 면담없이 전화만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건을 두고 공군의 총체적 부실 대응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공군 검찰은 사건을 넘겨받은 이후 두 달간 가해자를 단 한 차례도 조사하지 않았고, 피해자의 국선변호인이었던 군 법무관은 피해자와 단 한 번도 직접 면담하지 않았다.
유족 측은 다음 주 초 공군 소속 국선변호인을 직무유기 등 혐의로 추가 고소할 방침이다.
공군 제20전투비행단 군사 경찰은 이 모 중사가 3월 초 성추행 피해를 신고한 뒤 약 한 달 만인 4월 7일 20 비행단 군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다.
하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공군 검찰이 가해자인 장 모 중사를 상대로 첫 피의자 조사를 한 건 '55일'이 지나서인 지난달 31일이다. 이미 피해자가 세상을 떠난 뒤였다.
이마저도 첫 조사 일정을 이달 4일 이후로 잡아놨다가, 피해자가 숨진 채 발견되자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 검찰은 가해자 장 중사의 휴대전화도 같은 날 뒤늦게 확보됐다. 장 중사는 이날 휴대전화를 군 검찰에 순순히 제출했는데, 정황상 장 중사가 휴대전화에서 본인에게 불리한 내용을 지웠을 가능성이 높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공군 검찰은 통상 피해자 조사부터 한 뒤 가해자 조사를 진행하는데, 당시 이 중사의 심리적 불안정 등을 이유로 피해자 조사 일정이 지연되면서 가해자 조사도 연쇄적으로 늦어졌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군사 경찰 조사 때부터 이미 피해자와 가해자 주장이 극명히 엇갈렸고, 사건 송치 직후인 4월 15일 피해자는 군 성 고충 상담관에게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문자메시지까지 보낸 상황이었다. 공군 검찰의 안이한 대응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피해자에게 힘이 되어야 할 국선변호인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공군 법무실은 성추행 피해가 정식 접수된 지 엿새 만인 3월 9일 공군본부 법무실 소속 군 법무관을 국선변호인으로 지정했다. 그는 군 검찰과 같은 사무실 소속이다.
국선변호인은 이 중사가 사망할 때까지 단 한 차례도 면담하지 않았다. 전화 통화도 선임 50일 만에 처음 이뤄졌다.
공군은 이 중사의 국선변호인이 선임 뒤 결혼과 신혼여행, 이후 자가격리 등 개인 사정으로 면담을 원활히 진행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공군은 이후 국선변호인을 추가로 지정하긴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중사는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 측은 이 중사 사망 직후 민간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하고 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6일 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의 추모소를 찾아 조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추모소 방문에 동행한 서욱 국방부 장관에게 이번 사건의 철저한 조사를 주문하는 동시에 "이번 일을 계기로 병영문화가 달라지도록 하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