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소득 40만 원인데 산소통 가격만 100만 원 넘어
중국, 중남미 백신 외교 성과 내고 있어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현재 개도국에서는 시민이 자동차를 팔거나 전당포에 물건을 잡히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일부는 땅을 팔거나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기부받아 치료비에 보태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막대한 치료비로 파산한 가족이 정부의 봉쇄 정책으로 인해 일자리마저 잃고 있다”며 “빈곤층으로 추락한 가족이 많이 나오면서 향후 개도국의 불평등이 더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모니카 데 보예 선임 애널리스트는 “개도국 가구들은 빚의 늪에 빠질 것”이라며 “우리는 이 상황이 얼마나 오래 가는지 알 수 없고, 불평등의 구멍만 더 깊게 파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엔 라틴아메리카·카리브해 경제위원회의 대니얼 티텔만 이코노미스트도 “어려운 환경에서 개도국 가족은 저축한 돈을 모두 썼으며 이제 모자란 상황”이라며 “빚을 진 그들은 회복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러한 문제는 의료 시스템이 붕괴해 환자들에게 적절한 치료를 할 수 없거나 의료보험 가입자가 극히 드문 중남미 국가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대표적으로 페루에서는 한 남성이 아픈 가족의 입원 수속을 위해 자신의 신장을 팔겠다고 공고해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페루는 인구 10만 명당 107명 이상이 코로나19로 숨지는 등 사망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 의료 시스템이 열악해 치료비 부담은 선진국보다 더하다. 산소통 가격은 최근 개당 1000달러(약 111만 원) 넘게 올랐으며 리필할 때마다 약 50달러가 든다. 페루의 평균 소득은 월 420달러다.
이러한 상황을 기회로 삼는 곳이 중국이다. 중국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이 백신 공유에 주춤하는 사이 중남미에서 ‘백신 외교’를 펼치고 있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남미 각국은 현재까지 중국산 백신 총 2억2500만 회분을 받기로 했다. 이는 인구 100명당 36회분에 해당하는 규모로, 동남아시아(31회분)와 중동(35회분)보다 높은 수치다.
호르헤 과하르도 전 주중 멕시코 대사는 “백신을 지키는 미국이 있고, 손을 내미는 중국이 있다”며 “모든 중남미 정부가 백신 제공의 압력을 받는 가운데 이는 매우 중요한 사실”이라고 짚었다. 인도를 비롯해 일부 국가는 중국산 백신 효과에 의구심을 나타내며 계약에 미온적이지만, 중남미는 중국산이라도 받아야 살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다.
SCMP는 “코로나19로 사회적 긴장감이 심해진 중남미는 다가올 선거에서 좌익 성향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 부분에서 중국이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백신 외교에 중남미에서 친중국 정권이 들어설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