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국 83만 가구 공급을 골자로 하는 2·4 대책을 발표한 지 100일을 맞았지만 공급 속도는 하세월이다. 더딘 물량 확보에 민간 재건축 활성화 기대감까지 가세하면서 서울 아파트값은 대책 발표 직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14일은 정부가 2·4대책을 발표한 지 100일째 되는 날이다. 앞서 정부는 공공(公共) 주도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과 공공 직접시행 사업, 신규택지 지정 등을 통해 서울에 32만3000가구, 인천·경기 29만3000가구, 5대광역시에서 22만가구 등 총 83만6000가구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도심에만 무려 57만3000가구가 쏟아지는 '쇼크'에 가까운 물량이었다.
그러나 실제 공급은 산 넘어 산이다. 공공이 민간의 사업 동력을 끌어낼 수 있을지 미지수였던 데다 대책 발표 한 달 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사태가 터지면서 공공에 대한 불신이 크게 추락했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가 2·4 대책 관련해 지금까지 확보한 물량은 총 21만7100가구다. 83만 가구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3개월 사이 괄목할만한 물량을 확보했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대부분 주민 동의율 확보가 요구되는 사업이어서 이 물량이 얼마나 실제 공급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주거 선호도가 높은 서울 강남권에선 후보지조차 나오지 않아 대책 실효성이 의심받고 있다.
신규택지 지정을 통해 나올 26만3000가구도 LH 땅 투기 사태에 스텝이 꼬였다. 정부는 신규택지에서 나올 26만3000가구(세종시 1만3000가구 포함) 중 1차 신규택지(광명 시흥·부산 대저·광주 산정 3곳)에서 10만1000가구를 확보했지만, 2차 택지 발표에선 1만8000가구(울산 선바위·대전 상서 2곳)를 공개하는데 그쳤다. 수도권 후보지들에서 적지 않은 투기 의심 거래가 포착되자 발표를 전격 연기했기 때문이다. 남은 13만1000가구는 하반기에나 공개될 예정이다.
서울 아파트값은 2·4 대책 직전 0.10%까지 치솟다가 대책 발표 뒤 오름세가 절반 수준으로 꺾였지만 공급 지연 가능성과 민간 재건축 활성화 기대감 등에 대책 전 수준(0.09%)으로 뛰고 있다.
2·4 대책의 법적 근거 마련도 제자리 걸음이다. 후속 법안 중 핵심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비롯해 공공주택 특별법,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등이 모두 국회 문턱도 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국회 국토위에서 공공성과 현금청산 시기 등 법안 내용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게 나와서다.
지난달 27일 국토위가 펴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검토보고서에는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은 공공기관이 개발이익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규정이 없다"며 "공공 정비사업 시행 여부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토지 등을 매수한 자를 모두 투기적 수요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담겼다. 야당 역시 해당 법안 통과에 부정적이어서 법안 통과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