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 100일 만에 새 대북정책에 대한 검토를 끝내면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바이든표 대북정책’의 큰 틀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하면서 단계적 대화를 통해 북한과의 외교를 모색하는 실용적 접근 방식으로 요약된다. 북한에 어떻게 관여할지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30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대북정책 검토가 완료됐다면서 “우리의 정책은 북한과의 외교에 열려있고, 이를 모색하는 실용적이고 조정된 접근”이라며 “우리의 정책은 일괄타결 달성에 초점을 두지 않을 것이며 전략적 인내에 의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역대 미 정부가 추구했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하지만, 과거 정책을 답습하지 않고 새 길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워싱턴포스트(WP)가 “우리의 접근법은 싱가포르 등 이전 합의에 기초할 것”이라는 익명의 정부 관계자 언급을 소개한 대목도 눈길을 끌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놨던 ‘싱가포르 합의’ 정신을 존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돼서다. 한국 정부의 요구가 반영됐을 가능성도 시사한다.
싱가포르 합의는 △북미 간 새로운 관계 수립 △한반도의 지속적ㆍ안정적인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한국전 참전 유해 송환 등 4개 항을 담고 있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김정은 위원장이 서명했던 합의서를 존중한다면 북한의 구미를 당길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하노이 협상 결렬 이후 미국에 ‘선(先) 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 후(後) 대화 검토’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외형상으로는 계속 이를 반복하겠지만 실질적으로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물밑 접촉에 응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당장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나올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미국에 대해 ‘강대강, 선대선’ 원칙을 천명한 데 이어 2~3월 미국의 접촉 시도도 거부해왔기 때문이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노동당 8차 대회에서 “새로운 조미(북미)관계 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 데 있다”며 “앞으로도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미국도 향후 북미 관계에 신중하게 전망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 인권 문제를 계속 끌고 가겠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WP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는 곧 북한 인권특사를 임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권 문제는 북한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이슈로 그간 북미 관계에서 걸림돌로 작용했다. 실제 북미 관계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북한 인권 비판을 기점으로 긴장 국면이 심화한 측면이 강하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북미가 협상 국면에 들어서려면 미국 측이 더욱 구체적이고 추가적인 유인책을 제시해야 하는데 미국 역시 당장 대북제재 등 태도를 바꾸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협상을) 받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북미 간의 합의를 유지하는 수준이 아니라 북한이 원했지만, 그간 주지 않았던 한미연합훈련과 전략자산 전개 중단, 경제제재 완화 정도의 카드를 내놔야 하는데 바이든 행정부로서도 택하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