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어떻게 화이자 백신 18억 회분을 싹쓸이했나

입력 2021-04-29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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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개인외교' 성과물
불라 CEO에게 한 달 넘게 전화·문자 공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2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유럽 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브뤼셀/AP연합뉴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2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유럽 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브뤼셀/AP연합뉴스
2월만 해도 유럽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공급 상황은 악화일로였다.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생산에 문제가 생기면서 계약 물량의 절반 공급도 힘든 처지에 내몰렸다. 접종률은 미국과 영국에 뒤처졌고 백신 정책이 실패했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그랬던 유럽이 최근 화이자 백신 18억 회분을 싹쓸이했다. 반전의 배경에 바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있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8일(현지시간) 소개했다.

NYT에 따르면 EU는 화이자와 백신 18억 회분 공급계약을 이번 주 마무리할 예정이다. 2023년까지 9억 회분을 공급받고 9억 회분은 추가 옵션으로 확보했다. 지금까지 화이자와 맺은 단일 공급계약으로는 최대 규모다. 화이자는 미국과 백신 3억 회분 공급계약을 맺은 바 있다.

이번 빅딜의 이면에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끈질긴 ‘개인외교’ 가 있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1월 처음으로 접촉했다. 불라 CEO는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에게 벨기에 생산시설 업그레이드로 당분간 백신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U와 화이자는 지난해 말 백신 최대 3억 회분 공급계약을 맺은 상태였다.

이후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공급에 문제가 생기자 화이자로 눈을 돌렸고 한 달 넘게 집요할 정도로 전화와 문자를 했다.

그 과정에서 벨기에 시설 업그레이드도 순조롭게 진행됐다. 문자와 전화를 계속해서 주고받던 EU는 2월 17일 화이자 백신 2억 회분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이달 19일에는 1억 회분을 추가로 확보했다.

불라 CEO는 접촉 과정에서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유대관계를 쌓았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 대통령부터 총리, 왕, 사무총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정상이 나에게 연락을 해온다”면서 “폰데어라이엔과 깊은 대화를 나눴고 신뢰를 쌓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가 모든 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대화 내용이 훨씬 풍부해졌다”고 설명했다.

위기를 돌파하고자 한 지도자의 집요함이 최고의 성과물을 만들어낸 셈이다.

유럽의 백신 접종 속도도 더 빨라질 전망이다. 현재 유럽에서는 전체 인구의 22%가 최소 1회 접종을 받은 상태다. 영국 50%, 미국 42%, 이스라엘 62%에 비하면 더디지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공백을 화이자로 메울 수 있게 됐다. 이에 전체 성인의 70% 이상이 백신을 맞아 집단면역을 형성하는 시점을 9월에서 7월로 앞당겼다.

일부 전문가들은 유럽의 화이자 백신 싹쓸이에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화이자 백신에만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생산 차질이 발생하거나 부작용이 나타날 때 리스크가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인도가 하루 신규 확진자 38만 명 돌파로 최악의 상황에 내몰렸고 저개발 국가들은 백신을 구경도 하지 못한 상황에서 유럽이 물량을 싹쓸이해간다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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