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 그랑자이'도 재매각 절차
응암2구역 등 보류지 물건들, 주변 호가보다 1억~3억 낮춰
서울 새 아파트 보류지 물건들이 잇따라 몸값을 한껏 낮춰 시장에 나오고 있다. 최근 보류지 매물의 잇따른 유찰이 지나치게 높은 가격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보류지를 내놓고 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 응암동 응암2구역('녹번역 e편한세상 캐슬' 아파트) 재개발 조합은 최근 9가구를 보류지 물건으로 내놨다. 전용면적 59㎡짜리 1가구를 비롯해 84㎡ 6가구, 99㎡ 1가구, 114㎡가구 등이다. 입찰은 내달 7일 마감된다.
보류지는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과정에서 조합이 조합원 수의 변동 가능성을 고려해 분양하지 않고 남겨둔 주택을 말한다. 청약통장을 사용하지 않고 새 아파트 구입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입주 시점 전후에 주로 매각한다.
응암2구역 보류지의 최저 입찰가격은 이 단지 동일 면적의 최근 호가보다 많게는 1억5000만 원 가량 낮게 책정됐다. 전용 59㎡형의 경우 최저 입찰가격은 11억 원이다. 현재 이 단지 같은 면적의 호가는 11억5000만~12억5000만 원대다. 전용 84㎡형은 13억5000만 원에 최저 입찰가격이 매겨졌지만 호가는 14억~17억 원 선에 형성돼 있다. 최고 호가와 비교하면 3억 원 가량 낮다.
이달 초 보류지 매각시장에 나온 응암동 'e편한세상 백련산'(응암4구역 재개발 아파트) 전용 84㎡형도 9억2000만~9억3000만 원에 매겨졌다. 주변 동일 면적 시세(약 12억 원)보다 수억원 저렴하다.
서울 노원구 상계뉴타운 '노원 센트럴 푸르지오'(상계4구역 재개발 아파트)의 전용 59㎡형 보류지는 9억2000만 원에 시장에 나왔다. 높아진 시세 반영을 위해 작년 매각 당시 최저 입찰가(8억5000만 원)보다 7000만 원 가량 높게 책정됐지만 동일 면적의 최근 시세(9억5000만~11억 원)보다는 여전히 낮다. 하지만 세 번째 매각에서도 주인은 찾지 못했다.
앞서 지난 2월 마포구 대흥동에서 나온 '신촌 그랑자이'(대흥2구역 재개발 아파트)도 첫 매각이 실패로 돌아가자 가격을 낮추고 재매각에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보류지들이 콧대를 낮추는 건 최근 보류지 매각가가 과도하게 높아 잇따라 유찰됐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보류지 가격과 낙찰 여부를 보면 해당 지역 시세와 실수요자 선호도를 가늠할 수 있다"며 "유찰이 반복된다면 가격을 더 낮춰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세 번이나 매각에 실패한 노원 센트럴 푸르지오도 몸값을 내려 네 번째 매각에 나설 것으로 현지 공인중개소 측은 예상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보류지는 짧은 기간 안에 목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있고 보류지 특성상 동·호수를 고르지 못한다는 단점도 있다"며 "가격이 주변 시세보다 비싸고 입지도 상대적으로 좋지 않는 매물은 유찰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