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ㆍ토지 부문 공기업 중 이번 선진화 방안에 포함된 업체는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 그리고 대한주택보증의 세 곳이다.
정부는 8월11일 제1차 공기업선진화방안을 통해 주공과 토공은 통폐합을 결정했고 제3차 방안에서 대한주택보증의 민영화 방침을 확정했다.
공기업 선진화방안 중 가장 핵심이 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주공과 토공의 통합 부분이다.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의 경우 자본이나 인력 규모 면에서도 웬만한 대기업에 못지 않은 수준이지만 토지와 주택이라는 국민 생활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더불어 토공의 '정치쟁점화'를 통해 전국민적 관심사가 된 상황이다.
일단 정부는 지난 8월11일 발표한 제2차 공기업 선진화방안에서 양 기관을 통합한다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아울러 양기관 통합은 여당인 한나라당이 직접 나서 통합공사법을 발의하는 등 빠르면 내년 하반기에는 통합된 주택토지 공사가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앞으로 양 기관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통합 당사자인 한국토지공사가 지속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 혁신도시도 문제가 되고 있다. 각 기관은 정치권까지 끌어들여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려 하고 있다.
민영화가 결정된 대한주택보증의 경우도 심정은 착잡하다. 대한주택보증 역시 주택분양보증이란 업무의 공적 특성상 민영화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차분한 상황이다.
◆주택공사, 공기업 선진화 솔선..자체 구조조정은 미진
주택공사는 당초 공사의 새로운 성장 방향으로서 토공과의 통폐합을 준비해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0년이 넘은 통합론에 '넌더리'가 나 있는 상황이라 조속한 통폐합이 오히려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주공은 지난 김대중 정부 때부터 시작된 주ㆍ토공 통합 논란에서 공식적으로는 반대햇지만 오래전부터 공사 내부 입장은 통합 찬성이었던 걸로 알려져있다.
그만큼 주공은 공사로서의 역할이 종식 됐다는 의견이 비등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보금자리 주택 공급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게 되면서 공사로서의 기능을 다시금 살린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주공이 건설사 지원대책 방안 중 하나인 미분양 매입 임대사업을 확보하게 된 것도 주공의 역할을 더욱 두텁게 한 부분이다.
공기업 선진화에 대해서는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주공 내부에 잠재된 문제점은 여전히 '시한 폭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올 8월 현재 주공은 4700명의 인력을 갖고 있는 매머드급 기관이지만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역시 40조원에 달하는 부채다. 특히 이중 35조5000억원이 금융부채라는 점은 치명적이다.
이 경우 주공이 토공과 통합한다면 부채만 67조원에 달하는 '매머드'급 부실 공사가 탄생하게 된다는 점은 무시못할 약점이다.
토공 측이 통합에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주공의 이 같은 막대한 부채 때문이다.
특히 주공이 아파트사업을 시행하고 이를 발주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이권 개입 여지가 크고 따라서 비리 관련성도 높지만 이에 대한 공사 차원의 적절한 대책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여기에 뉴타운, 재개발 등 도시 재정비사업에도 참여하는 등 지속적으로 업역을 확대하고 있어 이에 대한 방만경영 논란도 적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주공은 새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서 '우위'를 점한만큼 공사 자체의 방만 경영은 여전히 시정하지 않고 있다. 간부급 임원들의 급여를 동결한다는 구조조정의 '솔선'을 보이기도 했지만 민간기업의 경우 대규모 감원과 감봉이 판을 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구조조정 '카드'는 오히려 생색내기용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당초 양 기관 통폐합에 긍정적 입장을 보였던 주변 상황도 서서히 달라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공기업 선진화방안에 따라 결국 이득을 본 기관은 주공뿐이 없지 않냐는 입장이 팽배해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폐합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방만한 기능과 업역의 축소"라며 "공기업들은 특성상 조직이 확장할 수 밖에 없는 만큼 우선적으로 구조조정이 이루어져야할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주공은 설립 당시인 60년대 건설사다운 건설사가 없던 국내 건설업계의 선도역할을 하고 주택문제 해결을 위해 창립된 기관이다. 이제 주택건설 선도란 옛기능은 사라지고 주거복지 부문을 담당하는 만큼 이 부문에 대한 명확한 책임의식을 가져야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의 한결같은 목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