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 금리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던 금리가 최근 반등세를 보이면서다. 세계 금융시장이 미 국채 금리에 연동된 까닭에 최근 금리 동향에 시장 이목이 쏠린다. 이달 국내외 증시에서 가치주가 반등한 배경 역시 금리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채권 금리가 오르는 이면에 물가 상승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물가연동국고채(물가채)나 비트코인으로 눈을 돌리는 투심도 감지된다. 수혜주로는 은행ㆍ보험 등 금융주와 원자재 상승의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정유ㆍ철강, 유통업종 등이 꼽힌다.
국채 금리가 오르면 성장주보다 가치주에 유리한 환경이 펼쳐질 전망이다. 미래 가치를 현재 가치로 변환하는 할인율을 높이기 때문이다. 성장주들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미국 대형 가치주 ETF인 VTV에도 매수세가 몰렸다. 지난 한주간 3억3140만 달러가 들어오면서 미국 상장 ETF 상위 자금 유입 순위 9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증시를 호령하던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등 기존 주도주가 주춤하고 은행ㆍ보험ㆍ철강ㆍ정유ㆍ유통 등 가치주가 슬금슬금 오름세를 타는 배경에도 시중 금리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실질금리의 상승으로 금융시장 내에서 선호자산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주식시장에선 원자재 가격과 실질금리의 상승이 에너지, 소재, 금융 섹터가 중심이 되는 가치주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성장주 대비 가치주의 상대 강도가 개선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마켓사이퍼파트너스의 최고투자책임자인 압델 미사는 “저금리는 주로 경기 둔화의 결과로 이때는 기술 중심의 성장기업에 대한 유혹이 늘어난다”며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 이와는 반대 현상이 일어나면서 기술 성장주가 보유한 프리미엄이 사라지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가치주 강세장이 한국 증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미국 장기물을 중심으로 채권시장 약세를 이끄는 흐름은 글로벌 증시에서 비중이 큰 기술주 밸류에이션에 부담을 준다”며 “IT 비중이 큰 한국 증시는 금리 흐름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치주의 강세를 전망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전히 성장주의 이익 체력은 유효하고, 금리 상승도 레벨보다 속도가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증시가 실적장세의 정점에 머무는 만큼, 이익과 상대 강도도 함께 비교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짚었다.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금리 상승으로 주식시장이 대세 조정세로 진입하는 두려움에 갇히기보다 ‘실적장세’를 고려한 자산배분 전략을 세워야 한다"면서 "올해 이익 증가 기여도 역시 성장주와 선진이 주도한다. 성장주의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물가상승 우려도 과장됐다는 지적도 있다. 물가상승 속도보다 실물회복 속도가 더 빠르다면 물가부담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가상승 우려가 크지만, 실물경기 회복 흐름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세계 경제는 경기 회복 속도가 물가 상승 속도보다 빠른 국면에 진입했다. 경기 회복에 따른 물가 상승은 자연스러우며 경기 회복을 훼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장희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미국 산업생산과 소비자물가지수 상대 강도를 비교해도 아직은 산업생산 회복이 더 빠르다"며 "미국 경제 서프라이즈 지수에서도 실물 부문의 개선세가 양호한 것으로 확인된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투자 대안으로 물가채를 찾는 움직임도 잇따른다. CPI(소비자물가지수)가 상승하면 원금과 이자도 함께 오르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를 방어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실제 인플레이션 상승 전망이 나올 때 물가채 수요는 커지기도 했다. CPI가 1%대에서 2%대로 오르기 시작한 2016~2017년 전체 국채 거래 중 물가채 비중은 3%를 넘어섰다. 이에 올해 상반기 물가 반등세 확대 전망도 나오는 만큼 물가채 거래는 지금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 지출 확대 및 원자재 가격 상승까지 동반되면서 상반기 CPI 상승률은 4% 초반까지 치솟을 전망"이라며 "이자 수익 확보 측면에서 물가채 투자 매력도 높아지고 있다. 물가지수 상승에 따른 물가채 원리금 증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비트코인을 찾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기관투자자들의 시장 진출도 빨라진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이 실리콘밸리에 이어 월스트리트의 관심을 받고 있다"면서 "캐나다는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 ETF를 승인했고, 애플페이가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하면서 애플도 시장에 뛰어든다는 관측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에 대해 아직 제도권 및 자산군 편입에는 이르다고 조언했다. 비트코인이 시장에 나온 11년 동안 일부 위험투자자의 관심만 끌었고, 주된 투자자산으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우려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라는 주장이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